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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의 시각] 독일 전기료 껑충 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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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안준호 산업1부 기자


"후쿠시마 사고로 국민 불안이 커져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태양광발전(發電) 여건이 독일보다 나쁘지 않다."

정부가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논리를 펼 때마다 예로 드는 나라가 독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독일의 전기요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간한 '2018년 1분기 에너지 가격과 세금'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6년 메가와트시(MWh)당 328.8달러(약 37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덴마크(330달러)에 이어 둘째로 비싸다. 이는 OECD 전체 평균(161.7달러)의 배가 넘는 것이며, 우리나라(119.1달러)의 2.76배에 달한다. 작년엔 343.6달러까지 치솟았다. OECD 평균(146.9달러)보다 200달러 가까이 비쌌다.

독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6년 MWh당 140.8달러로 이탈리아(184.7달러)·일본(163.1달러)에 이어 셋째로 비쌌다.

독일 전기요금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대부분 전기요금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전기요금엔 재생에너지 부담금 등이 포함돼 있다. 독일 에너지·수자원협회(BDEW) 자료를 보면 2015년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에서 세금·부담금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54%에 달했다. 게다가 부담금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일의 전기요금엔 경제성이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요금을 보전해주기 위한 각종 세금 등이 포함돼 있다"며 "우리나라가 독일 모델을 따라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독일의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만 강조할 뿐 독일의 전기요금이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란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석탄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의 원료인 유연탄과 LNG 국제 가격이 치솟아 한국전력이 2분기 연속 1200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등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이 명확한데도 정부는 그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은 없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독일 국민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대가로 갖은 세금이 포함된 OECD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한국이 독일의 길을 따른다면 그만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대신 한국전력 사장이 나서서 "콩(석유·LNG)보다 두부(전기요금)가 싸졌다"고 하는 건 정부 책임을 공기업에 미루는 꼴밖에 안 된다. 탈원전 정책이 바른길이라면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사실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안준호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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