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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32] 美 대륙에서 발견한 '에덴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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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을 머리에 인 고산준령(高山峻嶺)이 신비롭고 위풍당당하다.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호수 위로 구름을 뚫고 쏟아져 내린 햇빛이 어찌나 밝은지, 마치 그림 뒤에서 조명을 비추는 것 같다. 울창한 침엽수림을 헤치고 한 무리의 사슴이 나타나 한가롭게 목을 축인다.

지구상에 인간이 나타나기 전, 태초의 풍경이 이랬을까. 서부 변경을 향해 미대륙을 횡단했던 화가 앨버트 비어슈타트(Albert Bierstadt·1830~1902)가 마침내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의 요세미티에 당도했을 때, 여기가 바로 성경 속의 에덴 동산이라고 감탄했다.

조선일보

앨버트 비어슈타트,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에서, 1868년, 캔버스에 유채, 183×305㎝,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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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으로 미국에 이민했던 비어슈타트는 청년기에 독일로 돌아가 미술 교육을 받으며, 유럽 낭만주의 풍경화의 전통을 익혔다. 낭만주의 풍경화가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신의 섭리에 압도되고 인간의 한계에 좌절케 했다면, 신대륙의 웅장한 풍경은 무엇보다 낭만적인 주제였다.

비어슈타트는 1860년대, 대륙횡단 철도가 생기기도 전에 서부를 여러 차례 탐험하며 수많은 스케치와 사진을 모은 뒤, 정작 그림은 로마의 스튜디오에서 완성했다. 뛰어난 화가이자 영리한 사업가였던 비어슈타트는 널리 광고를 하고, 입장료를 받아 관객을 모은 뒤, 화려한 휘장 뒤에 작품을 숨겼다가, 정해진 시간에 조명과 함께 공개하는 극적인 방식으로 감동을 배가했다.

소문이 유럽에서 미국까지 날아와 미국인들이 발을 동동 구를 즈음에나 그림을 공개했으니, 작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요세미티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숨막히는 무더위에 화면으로나마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머나먼 계곡의 냉기가 잠시나마 느껴진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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