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삼바, 콜옵션 2년간 숨겼다가 증권선물委 중징계 맞았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 12일 '고의적 공시 누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검찰 고발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삼성이 공시하지 않은 내용이 기업 경영권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16일 확인됐다. 증선위는 또 삼성이 2014년 감사 보고서에서 처음 미국 바이오젠에 준 콜옵션에 대해 밝히면서 단 한 줄로 간략하게 언급한 것이 고의 공시 누락을 뒷받침하는 중요 정황 증거라고 판단했다.

◇"경영권 관련 중요 내용인데 공시 안 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삼성이 미국 제약 회사 바이오젠에 준 '콜옵션'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2월 바이오젠과 85대15로 공동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이 원할 때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약(콜옵션)을 따로 했다. 문제는 삼성이 이 콜옵션의 존재를 2015년 4월 공개된 '2014년 감사 보고서'에서 늦게 밝혔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회사 경영권 절반이 넘어가는데 수년간 알리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 삼성 측은 증선위에 "당시 바이오로직스 주주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작사인 퀸타일스 등 4사로 모두 콜옵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고, 바이오로직스가 비상장사여서 공시 누락으로 피해를 볼 만한 일반 투자자가 없었다"며 중징계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은 상장사라, 투자자들이 바이오에피스의 경영권에 대한 사안을 알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만 공개해 '고의' 의심

증선위가 삼성의 공시 누락을 '고의'라고 본 것은 2014년 감사 보고서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은 이 감사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바이오젠은 주주 간 약정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단 한 줄밖에 없었던 게 문제였다. 콜옵션이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의 상세 내용은 1년 뒤 삼성이 2015년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기준을 다 바꾼 다음에야 외부에 공개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삼성 측이 2012~2013년에는 콜옵션을 공시해야 하는 줄 몰랐다고 가정하더라도, 2014년 감사 보고서에 콜옵션 내용을 담은 것을 보면 적어도 그 시점에는 이 내용이 공시 사안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상세한 내용 대신 단 한 줄로만 처리한 것은 의도가 담긴 행위라는 게 감리위원회, 증선위원회의 다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바이오젠은 2013년 초부터 콜옵션 내용을 알렸는데 삼성은 상대적으로 공시에 소홀했다는 점도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증선위는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 2012~2013년은 '중과실' 처분을 했고, 2014년은 '고의'로 더 세게 제재했다. 다만 증선위는 "당시 삼성 측의 의도가 뭔지, 그로 인해 무슨 이득을 봤는지 등은 검찰이 밝힐 일"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증선위는 5차례 회의에서 "바이오에피스는 삼성과 바이오젠이 애초부터 공동 지배를 전제로 만든 회사"라는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금감원에 2012년 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될 때부터 삼성 측 회계 처리에 대해 다시 감리를 해오라고 명령한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바이오에피스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증선위로선 스모킹건(결정적 근거) 없이 2015년 회계만 문제 삼아 제재하려던 금감원 판단이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콜옵션(Call Option)

특정 자산을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85대15로 공동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면서 향후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49.9%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줬다. 바이오젠은 지난 6월 말 이 콜옵션을 행사했다.

방현철 기자;정한국 기자(korejung@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