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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모사드, 이란 심장부서 핵 자료 '6시간 29분 탈취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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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창고 경보장치 조작, 토치로 두 개의 철문 뚫고 극비 금고 잠금 장치 해체… 문서 5만쪽·CD 163개 빼내

허용된 시간은 정확히 6시간29분. 그 시간에 그물망처럼 촘촘한 비밀 창고의 경보장치를 '정상'인 것처럼 조작하고 용접용 토치(torch)로 두 개의 철문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창고 안에는 수십 개의 금고가 있다. 그중에서 목표로 한 극비(極祕) 문건이 담긴 금고만을 골라 잠금장치를 해체해야 한다. 문건을 빼낸 뒤에는 적국 경찰과 정보 부대의 대대적인 추적과 수색망을 뚫고 국경을 넘어 탈출해야 한다.

블록버스터 첩보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월 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 20여명이 적국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창고 건물에서 500㎏가량의 극비(極祕) 자료를 빼내 탈출한 실제 작전이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 시각) 모사드가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의 과거 핵무기 개발 자료를 탈취해낸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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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는 2016년 2월부터 테헤란의 한 상가 지역에 있는 창고 건물을 주시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과거 핵무기 개발 내용을 담은 자료를 은밀하게 이 건물로 옮기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심을 사지 않게 야간엔 일부러 경비 병력도 세우지 않고 경보장치에 의존했다. '복사'가 아닌 '탈취'는 극도로 위험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모사드 입장에선 "과거 핵개발은 평화적 목적뿐이었다"는 이란 정부의 주장이 허위임을 '빼도 박도 못할 증거'로 입증하기 위해 모험을 걸었다. 모사드는 건물 설계도와 건물 내 32개의 금고 중 핵탄두 디자인과 생산 계획, 핵무기 개발 작업 등을 모아놓은 검은색 문서철이 담긴 금고 등을 1년 동안 꾸준히 파악했다. 대부분 이란인인 현지 모사드 요원들의 공이 컸다.

작전 개시일은 1월 31일 밤 10시 30분. 경비 병력은 이튿날 오전 7시 배치되지만, 테헤란을 빠져나가는 시간을 확보하려면 새벽 5시까지는 작전을 마쳐야 했다. 모사드는 탈출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오전 7시 건물이 털린 것을 확인한 이란 정부는 수만명의 보안군과 경찰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허사였다.

모사드는 모두 5만쪽의 문서, 동영상과 작업 계획 등이 담긴 163개의 CD를 빼냈다. 여기엔 과거 한 군 기지에서 운영한 핵탄두 개발용 고폭(高爆) 실험실 사진, 지하 핵실험 장소 건설과 미사일 탑재용 핵탄두 개발 관련 메모도 있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월 30일 생방송으로 이 자료를 전 세계에 공개하며 "이란의 핵 합의는 거짓말에 기초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서방 일부 언론은 "이란의 과거 핵개발 자료이지 핵협정을 맺은 이후 핵개발을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이란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하려는 이스라엘의 사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이란이 과거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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