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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관계 회복 국면’ 선언…신냉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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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사실상 첫 일대일 정상회담

트럼프 “매우 건설적”, “굉장한 일들 함께해야”

러시아와의 대선 개입 공모 없었다며 ‘셀프 사면’

푸틴 “성공적, 유용한 대화”, “냉전 끝났다”

“대립 아닌 대화 나섰다”, 트럼프 대북 정책 찬사

‘지각 대장’ 푸틴 30분 늦게 도착, 회담 지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관계가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 종식 이래 최악이라는 양국 관계와 관련해 러시아 쪽의 구체적 ‘개선’ 행동이나 언급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러시아 게이트 종식’을 선언해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16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사실상 첫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시간여의 일대일 회담과 확대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매우 건설적인 날”이라며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굉장한 일들을 함께할 기회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훌륭한 경쟁자”라고 표현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또 “미국과 러시아는 공유하는 이익과 관련한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회담을 대선 직후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털어내는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도 “러시아 게이트 수사는 우리 나라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해킹 등을 이용한 대선 개입 의혹을 푸틴 대통령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부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공모 혐의도 부정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빛나는 선거운동을 했다”, “나는 힐러리를 쉽게 이겼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가는 전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고, 미국 내부의 선거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사면’을 거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성공적이고 매우 유용했다”, “앞으로도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냉전은 끝났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문제 접근에 대한 찬사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점진적 해결이 시작된 것은 훌륭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결단을 직접 내리고, 협력 정신에 따라 대립이 아닌 대화에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도 “핵 확산 문제의 종식을 원한다”며, 북-미 정상회담 내용을 그에게 설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핵 군축과 시리아 내전, 이란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군이 시리아 문제에서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만을 대동한 채 푸틴 대통령과 2시간여 동안 일대일 회담을 한 직후 기자들에게 “모두를 위해 아주 아주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동 기자회견 등에서 내놓은 언급은 11~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더 지출하라며 동맹국들을 밀어붙일 때와는 어조가 상당히 다르다. 미국과 유럽 정치권 및 언론에서는 그가 동맹들한테는 채찍을 휘두른 직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유화적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해왔다.

앞서 일부 미국 언론은 이번 회담을 “역사적”이라고 불렀지만, 두 정상은 정상회담 첫머리에는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우리 두 나라는 서로 잘 지내지 못해왔다”며 “나는 정말로 세계가 우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엄청난 기회들”을 갖고 있다며 “대단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군대, 미사일, 핵무기, 중국, 우리 공동의 친구인 중국의 시진핑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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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특유의 뚱한 표정을 지으며 “세계의 여러 분쟁 지대를 비롯해 양국 관계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할 때”라고 짧게 말하는 데 그쳤다. 기자들 앞에서 머리발언을 마치고 악수하는 두 정상의 표정은 경기 시작 직전 글러브를 맞댄 권투 선수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할 것이냐고 트럼프 대통령한테 질문이 가자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각 대장’ 푸틴 대통령의 비행기가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정상회담 시간도 늦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그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부대 행사’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과 2시간가량 일대일 회담을 하고, 올해 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몇 차례 마주쳐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담이 사실상 첫 공식 정상회담인 셈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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