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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자기희생 없이 한국당 재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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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오늘 전국위 등을 열어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추인한다. 이에 따라 고성과 막말 속에 악화일로로 치닫던 당의 내홍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당은 곧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하지만 비대위가 순조롭게 굴러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의원들 사이에선 비대위 성격을 놓고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와 당 혁신을 주도할 ‘전권형 비대위’로 의견이 갈려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비대위 구성 후에도 갈등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모양새다.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한국당은 지리멸렬 속에 계파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선거 패배 후 한국당 의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현수막 아래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후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쓰러져 가는 당에서 그저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연일 진흙탕 싸움이다. 그러니 한국 보수정치의 축을 자임하는 제1 야당이 6석의 정의당과 같은 10% 지지율에 머무르는 것이다.

무늬만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당이 재건되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한국당의 지리멸렬은 따지고 보면 지도부의 탓만도 아니다. 당 전체가 무능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개혁과 쇄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소속 의원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궤멸 상태에서 다시 일어서려면 책임과 자기희생이 출발점이다. 당이 새로 태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마지막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이 없다면 떠나간 국민 지지가 돌아올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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