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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기무사 문건 논란, 사실과 법리를 잣대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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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이른바 ‘계엄 문건’과 관련된 국방부·기무사·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 등의 문서를 모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쿠데타 음모론’부터 ‘군 숙청 음모론’까지 여론이 극단으로 갈려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은 이해된다. 군 통수권자의 권한에 속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러한 대통령 지시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당장 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갈등설, 청와대 참모진과 송 장관의 알력설 등이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게다가 어제는 문 대통령 지시로 꾸려진 군 특별수사단이 활동에 들어간 날이다. 수사 요원 30여 명이 계엄 문건 작성을 포함한 기무사의 과거 행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장관에 대한 보고 절차 없이 중립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수사단은 ‘정권 의중’으로부터도 독립된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의 핵심은 작성 경위와 의도다. 지시한 사람이 있는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인지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 그리고 ‘참고용’이었는지, ‘실행 계획’이었는지 규명돼야 한다. 그다음이 기무사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로는 두부 자르듯 선악의 경계선을 긋기가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의 수사가 필요한 것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국민 모두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사실 확인과 법리적 판단에 앞선 섣부른 예단은 소모적 논쟁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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