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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최저임금 재심의하고, 결정 시스템도 손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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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임금 대신 평균임금을 잣대로 삼은 편법

업종·지역별로 다르게, 공익위원도 손질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시간당)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10.9%) 인상률을 결정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줬다”고 덧붙였다.

물리적으로 공약은 못 지키지만 최저임금 1만원 목표치는 유지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17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어떤 경제지표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표는 저임금 근로자의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 확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실제 현실에선 영세 자영업,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부작용만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쓴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전까지 최저임금위는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삼았다. 중위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한 금액이다. 이번에 공익위원들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했다. 많은 고액 연봉자의 임금까지 평균값 계산에 넣기 때문에 평균임금은 중위임금보다 높아진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명분을 부각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는 까닭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월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에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의 손실을 줄여준다며 보전분 75원을 추가했다. 이러려면 왜 법을 개정했는가.

이런 절차적 편법과 부작용이 드러난 이상 이제라도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하고 결정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내년도 최저임금의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 않은가.

재심의 과정에서 우선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행 단일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다른 생산성이나 영업이익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공익위원의 구성 방식도 정비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전원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익위원이 정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럴 바에야 외국처럼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국회에 넘기는 게 낫다.

최저임금을 대선 공약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노사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과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등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하고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를 산정하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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