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벨기에·크로아티아 … 작은 나라 선전에 가슴이 뛰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FIFA회장 “한국이 작은 나라?”반문

아시아의 맹주로만 그치면 안 돼

브라질·독일·아르헨의 탈락은 교훈

평화의 중심 남·북, 잠재력의 중국

2030년 아시아서 월드컵 열릴 수도

차붐의 월드컵 붐붐 <3·끝>
중앙일보

프랑스가 20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섰다. 프랑스를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앙투안 그리즈만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새벽 러시아 월드컵은 빗속에 막을 내렸다. 우승컵을 차지한 프랑스나 세계 축구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뜨겁게 받은 크로아티아 두 팀 모두 승자였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월드컵이 역사 속으로 보내졌다.

펠레(78·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58·아르헨티나)의 반열에 오르는 데 부족함이 없는 19세 청년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의 출현에 우리는 놀라고 흥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자 세계는 소리 죽여 킥킥 웃으며 고소해 했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58) 감독은 골치 아픈 현실을 뒤로하고 6주 동안 휴가를 떠나버렸다고 한다. 하하하.

서울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 벨기에와 크로아티아의 선전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와 숙제 그리고 지표를 남겨줬다. 이에 비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전통 강국들의 볼품없는 성적표 역시 ‘아시아의 절대 강자’라고 자부하던 우리 축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심란했다.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축구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게 느낀다. 동네 목욕탕에 가면 나와 함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국가대표 감독 수준의 논평을 한다. 대부분의 얘기는 언론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복잡하게 이것저것 얽혀 돌아가는 게 바로 축구다. 그래서 해설을 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을 팬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 줘야 하는데 팬들은 도통 듣고 싶어 하질 않는다.

중앙일보

골든볼(MVP) 수상자인 크로아티아의 모드리치(왼쪽)와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프랑스 음바페.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월드컵이 끝나고 푸닥거리가 한창일 때는 더 세게 때려야 팬들이 시원해하는 탓에 경쟁이나 하듯이 어찌나 두들겨대는지 정신이 없다. 이런 와중에 대한축구협회의 답변이나 대책은 늘 너무 급하고 팬들의 아우성을 가라앉히는 데만 맞춰져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축구 발전을 위해 고민한 흔적보다는 홍보성 대책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니 안타깝다.

2030년, 그 즈음이면 2002년 아시아를 떠나 지구를 한 바퀴 돈 월드컵이 다시 아시아에서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중국에서 열릴 수 있고 남북한이 열 수도 있다. 아니면 세 나라가 함께 월드컵을 개최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12년 후에 찾아올 이 월드컵이 우리 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계획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2002년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소환시키면서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축구 팬들을 넘어선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젊어진 국제축구연맹, 각 나라의 레전드들을 앞세워 팬들과의 접촉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FIFA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과 세계 평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남북한을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중앙일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 구연맹(FIFA) 회장과 만난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차범근 전 감독]


한국과 스웨덴이 첫 경기를 하던 날, 잔니 인판티노(48·스위스) 회장은 자신의 제트기로 함께 이동하자고 했다. 그의 제트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변방에서 온 나를 당신처럼 바쁜 사람이 이렇게 신경써 줘서 고맙다”고. 그는 “당신이 왜 작은 나라에서 온 축구선수란 말인가”라고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호의가 과분하다고 느낀 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그가 매우 개방된 사고를 가진 멋진 회장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의 사무차장인 즈보니미르 보반(50)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크로아티아팀의 주장이었다. 축구선수 출신이다. 그리고 그는 책임감과 의협심의 대명사다.

1990년 즈음이었나. 그가 아직 어린 선수일 때 서포터스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는데 자신의 클럽 팬들이 상대 지역 경찰에게 무자비하게 진압당하자 스물한 살짜리 청년 보반은 스탠드로 쫓아 올라가 “우리 서포터스들을 왜 곤봉으로 때리냐”며 경찰을 제압했다. 이 일은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아주 유명한 사건이다. 잘 생기고 멋진 친구다. 이들이 이끄는 FIFA는 확실히 젊고 활기차다. 군더더기가 없다. 멋지다. 그리고 부럽다.

10년 또는 15년쯤 뒤에는 (박)지성이, (기)성용이, (차)두리, (손)흥민이, (구)자철이, (이)청용이, (박)주호… 등 나의 젊은 친구들도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

잘 준비하고 계획해 온 국민이 느꼈던 2002년의 행복을 다시 국민에게 선물해 주자고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기죽지 말자. 파이팅하자. 꿈은 이루어진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