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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차이나 인사이트] 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 미국과 확전보다는 봉합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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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막역한 중학 동창으로

미·중 무역전쟁 중국 선봉장 돼

미국과 갈등 아닌 안정 바라지만

통상 전문가 아니라 어려움 많아

도시화 통한 중국내수 육성계획

우리의 발전 동력 계기로 삼아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투 톱이 있다. 정치 분야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이가 왕후닝(王?寧)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면 경제 방면의 책사는 류허(劉鶴) 부총리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현재 미·중 무역 전쟁의 최전방에 서서 미국과의 싸움을 진두지휘 중이다. ‘시진핑 경제의 설계사’인 그를 모르고선 무역 전쟁이 어떻게 될지, 중국 경제가 어디로 갈지 짐작할 수 없다. 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꽌시(關係)’ 사회다. 그런 중국에서 류허는 시진핑과 다양한 꽌시로 연결돼 있다. 우선 홍색(紅色) 가문의 전통이 같다. 아버지 류즈옌(劉植岩)은 초기 혁명운동에 참여했으며 중공중앙 서남국(西南局) 서기처 서기를 역임했다. ‘홍색 강산을 지키자’는 혁명가의 자손이란 공통점이 있다. 문혁 시기 지린(吉林)성 타오난(?南)현 농촌으로 보내진 지식청년 세대란 추억도 공유한다. 결정적인 건 류허가 시진핑의 베이징 101 중학 동창으로 10대 시절부터 친구 사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런 인연으로만 나라의 곳간을 챙기는 요직에 등용될 수 없다.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촌 생활은 물론 3년의 군 경험과 6년의 노동자 경력을 가진 류허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대학 입시가 부활하며 비로소 제대로 된 공부를 하게 된다. 1979년 27세의 늦은 나이에 중국인민대학 공업경제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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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대학의 모태는 37년 중공중앙이 직접 세운 ‘산베이공학(陝北公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산베이 공학이 있으면 중국은 망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인민대학은 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재정, 금융, 경제정책 등에 특화된 대학으로 중국의 많은 경제 관료를 키웠다.

인민대학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친 류허는 국무원에서 공직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주로 국가계획위원회 등에서 근무하며 중국 경제의 거시적 변화를 다뤘다. 98년엔 중국 일류 경제학자 모임인 ‘50인 포럼’을 조직했다. 200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이 되며 중국 경제의 미래 설계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날개가 달린 건 시진핑이 2012년 가을 중국의 1인자가 되면서다. 2013년 국무원의 축소판이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됐고 지난해 10월엔 정치국 위원이 돼 권력 핵심부에 진입했다. 특히 지난 3월엔 부총리로 당선돼 무역과 금융, 과학기술 분야를 책임지게 되면서 드디어 막후에서 무대 전면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진핑 집권 1기 기간 류허는 ‘신창타이(新常態)’와 ‘공급측 개혁’ 등의 개념 수립에 크게 기여했다. 시진핑 2기엔 중국의 금융 및 경제구조 개혁에서 재정위기 예방, 빈곤퇴치, 친환경 도시화 등과 같은 시진핑의 경제 과제를 실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세 부총리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서인지 류허는 부총리 업무 외에도 몇 가지 더 중요한 직무를 맡고 있다. 중국의 재정과 경제정책을 다루는 최고위급 위원회인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중·미 전면경제대화중국측 대표, 중국·유럽 경제무역고위급대화 중국 주석, 국무원 중소기업발전촉진공작영도소조 조장 등이다. 7월 2일엔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주임까지 맡았다. 시진핑의 신경제가 그의 어깨 위에 놓인 셈이다.

그런 류허는 어떤 경제관을 갖고 있나. 류허는 수구적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개혁론자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개혁을 통해 성장을 추진하는 개혁론자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국가형 시장주의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류허에 따르면 현재 세계 경제는 글로벌 생산능력은 확대됐지만 이를 수용할 시장 공간은 협소하기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류허는 미국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 움직임을 비이성적인 것으로 본다. 301조를 앞세운 미국의 공세를 “국제무역의 규칙에 위반되며 중국은 물론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도 불리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미·중이 상호 보완적인 무역 관계를 가져가야 서로에게 이익이 되며 협력 공간도 커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중무역전쟁과 관련해 류허는 갈등과 경쟁보다는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류허가 통상 전문가가 아닌 까닭에 미·중 협상이 한동안 삐걱거릴 수는 있다. 그러나 전면전으로 치닫기보다는 어느 수준에서 봉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류허는 중국 국내 시장 활성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대외 개방으로 자유무역질서에 동참하며 빠른 발전을 이룩해온 건 사실이지만 중국의 발전이 지나치게 국제 시장에 의존하는 경로를 밟으면서 중국 경제의 문제 또한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국내적으로 저축과 소비 관계를 조정하고 내생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류허의 표현을 빌리자면 혁신형 국가를 건설해야 하며 혁신형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선 내수확대가 필수적이다. 내수시장은 또 어떻게 키우는 게 좋나.

중산층의 비중을 안정적으로 늘리고 교육에 투자를 강화해 교육수준을 높이며 도시화를 적극 추진해 질서 있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를 통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시장의 대외개방을 심화해야 한다.

즉 류허에게 중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공업화, 시장화, 도시화, 국제화 가운데 도시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의 내수시장에 어떻게 접근해 중국의 내수 활성화 바람을 우리의 발전 동력으로 삼을 것인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류허가 부총리로서 맡은 무역과 금융, 과학기술 등은 우리 기업이나 정부 모두 깊이 있게 주시해야 하는 분야다. 류허에 힘이 실려 있는 한 류허가 다루는 이들 분야 역시 빠르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과 과학기술에선 우리의 노하우를 전파하며 파고들 여지를 찾아야 한다.

시진핑 집권 2기 중국은 국내 시장과 국내 수요에 따른 발전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 물론 공업화, 시장화, 도시화, 국제화라는 큰 추세는 계속 추진될 것이지만 그 핵심이 바로 도시화라는 점을 인식하고 중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우리의 협력 포인트를 찾아내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양갑용
중국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엘리트 정치와 중국정부개혁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중수교 25주년사』 등 다수의 단행본 저술에 참여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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