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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저출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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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8년 7월 6일 30면>

과거 정책 답습해 세계 유일 0명대 출산율 벗어나겠나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취임 1년2개월 만에 나왔다. 출산부터 주거까지 골고루 담았다. 고심의 흔적이 더러 엿보인다.

특별고용직의 출산휴가 수당을 지급하고 1세 아동의 의료비를 거의 없애며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보미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육아기 근로시간을 더 단축하고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를 50만원 올렸다. 한 부모 양육비 지원 대상에 14~18세 아동도 포함했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가 만든 3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2016~2020년)을 보완하는 게 목적이어서 그런지 ‘새 정부는 역시 다르네’라고 놀랄 만한 게 눈에 띄지 않는다. 현 정부는 과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여성에게 “애 낳아라”고 강요하지 말고 일·생활 균형을 맞추면 저절로 해결된다고 했다.

전 정부처럼 출산율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평가할 만한 게 아직은 약하다. 과거 것을 한두 발짝 늘린 듯하다. 종합선물세트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 정부 정책을 비판하더니 그걸 답습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 1~4월 출산 아동이 지난해보다 9.1% 줄었다. 올해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다. 세계 198개국 중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올해 출산 아동이 32만 명으로 줄고, 2022년 이전에 20만 명대로 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런데 5일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이날 저녁 주거대책 현장을 방문했을 뿐이다. 초저출산 탈출은 대통령의 어젠다다. 셋째 아이 대학 특례입학을 허용하든 뭘 하든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탈출이 불가능하다. 10월에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내겠다는데, 그때는 확실히 다른 걸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겨레 <2018년 7월 6일 23면>

저출산 대책 ‘삶의 질’과 ‘성평등’이 관건이다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지난해 역대 최저 출산율(1.05명)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올해 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5만8천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22년 이전 20만명대로 진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히 사회적 재앙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김상희)가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이런 다급한 상황을 일단 완화해보겠다는 단기처방 성격이 짙다. 지난해말 출산율 목표 중심의 국가 주도 정책에서 탈피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위원회가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방향의 중점을 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날 발표는 기존 제도의 범위나 금액을 확대·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른 게 사실이다. 큰 틀에서는 기존의 ‘결혼 장려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사각지대를 줄이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출산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하던 특수고용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자영업자 여성 등 5만여명이 매달 50만원씩을 석달간 받는다. 한부모 양육비 지원액과 대상 연령을 확대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에게 난임시술 때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아이와 아이 키우는 부모들을 위해선 1살 미만 아동의 외래진료 부담금을 대폭 줄이고, 임금삭감 없이 육아기 근로시간을 하루 1시간 단축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신혼부부·청년에게 주택공급 물량과 금융지원을 늘리는 주거대책도 내놨다.

반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동거커플 출산 지원 등 새로운 가족 형태 인정이나 이민정책 전환,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한 논쟁 등 최근 몇년간 물밑에서 이뤄져왔던 논의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나하나 우리 사회의 기존 관념을 바꾸는 민감한 문제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 2001년 이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원금 일부 확대로 상황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출산은 경제적 이유 탓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불행한 교육환경, 여성들이 ‘독박육아’ ‘경력단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 다양한 가족 형태나 비혼 출생 등을 인정하지 않는 비포용적 사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행복하지 못한’ 이들이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겠는가. 저출산은 사회를 총체적으로 다시 디자인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복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1930년대 출산율 급감에 대응해 시작된 것은 유명하다. 역설적이지만 ‘저출산’을 잊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저출산 대책의 첫걸음이다.

논리 vs 논리

“과거 정책 답습으론 안 된다” vs “구조적 차원의 개혁 필요”
중앙일보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곤 사회부총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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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월 5일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출산율 중심의 국가 주도 정책 대신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뒤 위원회가 내놓은 첫 번째 종합 대책이다. 이번 저출산 대책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원회는 장시간 근무하는 노동 환경과 남녀 간 고용 불평등,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부담, 높은 주거비용과 의료비용 등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위원회는 육아 부담 경감 등을 위한 9개 정책에 8800억 여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과거 정책 답습해 세계 유일 0명대 출산율 벗어나겠나’라는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새로운 내용이 없음을 지적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만든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이 출생아 숫자라는 목표에 집착하고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2040 세대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저출산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의 지적대로 이번 대책에 혁신적인 내용은 없다. 특별고용직(고용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등)에게 출산휴가 수당을 지급하고, 1살 미만 아동의 외래 진료비 본인 부담분을 현재의 21~42%에서 5~20%로 줄이고,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를 50만원 더 올린 점 등이 드러난 고심의 흔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과거 정권의 정책을 ‘한두 발짝 늘린’ 데 불과해 사실상 달라진 게 없는 ‘답습’일 뿐이라는 것이 중앙의 비판이다.

한겨레 시선도 곱지 않다. “이날 발표는 기존 제도의 범위나 금액을 확대·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른 게 사실”이라는 한겨레 사설은 중앙의 “과거 것을 한두 발짝 늘린 듯”이라는 구절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실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기존의 결혼장려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한겨레 역시 중앙과 마찬가지로 과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출산지원금을 받지 못하던 특수고용노동자나 단시간 노동자, 자영업자 여성 등에 대한 매달 50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한 부모 양육비 지원액과 대상 연령 확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에게까지 건강보험 확대 등은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미흡하다고 비판한다. 동거커플 출산 지원과 같은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인정하거나 이민정책,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한 논쟁 등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그러한 혁신을 끌어안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과 한겨레는 데이터를 통해 저출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올해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다. 두 사람이 결혼해 1명도 출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계 198개국 중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2022년 이전에 한해 출생아가 20만 명대로 떨어진다. 심각한 문제다. 이 시점에서 중앙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과거정책의 답습이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 즉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의 개선’이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저출산 문제에서 탈출하기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문제인식이 안이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는다. 가령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 대통령은 7월 5일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중앙은 이제라도 ‘확실히 다른 걸’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한겨레는 ‘확실히 다른 것’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인정하나 이민정책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의 기존 관념을 바꾸는 민감한 문제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이라는 조심스러운 전제를 달고 있다, 그럼에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주장한다. 한겨레가 말하는 ‘획기적’인 내용은 추상적 구호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환경과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의 개혁, 다양한 가족 형태나 비혼 출생의 인정 등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포용적 사회로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등 구조적 차원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 한겨레의 문제의식이다. 저출산을 잊고 삶의 질, 그리고 성평등 의식을 고양하자는 주문이다.

중앙일보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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