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국가경제에 매우 즉각적으로, 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에 미치는 효과로만 따지자면 금리 결정 이상으로 엄격한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야 할 작업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만큼 정치적인 결정이 드물다. 노사는 끝까지 각자 주장을 되풀이할 뿐이고 공익위원들은 경제적 타당성이 아니라 정부 정책 방향성을 최우선 고려 요소로 삼는다. 임금 인상은 그 나라 경제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정상인데 주요국 중에서 경기가 가장 안 좋은 한국이 2년간 최저임금을 29% 올리는 현상은 바로 이 구조에서 나온다. 이해당사자를 논의에 참가시킨다는 명분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더구나 근로자위원 9명 중 최저임금 직접 대상자인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 대표는 2명뿐이고, 사용자위원 9명 중 소상공인 대표 역시 2명에 그친다. 최저임금 논의가 구체성을 잃고 노사 간 명분 싸움으로 흐르는 이유다.
유럽과 일본 등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이 무리 없이 굴러가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제도는 각 사회의 이해 조정 역량과 문화 토양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우리 실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 다른 방법을 검토하는 게 맞는다. 최저임금을 의회가 결정하는 미국·뉴질랜드 방식, 정치색이 배제된 순수 전문가 기구를 두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좌우지간 지금 방식으로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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