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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企 150만원, 알바 뛰니 200만원" 특성화고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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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상고 졸업생, 중소기업 취업 꺼려

임금이 일용직과 차이 없어 퇴사하기도

특성화고도 최저임금 유탄 …알바로 생활하는 프리터족 늘까


"알바와 시급 같은데 누가 상사 눈치 보며 팍팍하게 일하나요"


지난 2월 전북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박모(19)군은 최근 자동차 부품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박군은 "일반 중소기업에서 상사 눈치를 보며 일해도 최저시급, 단순 알바를 해도 최저시급을 받는데 굳이 팍팍하게 일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직종이나 업무 강도와 상관없이 최저시급이 적용되니 적지 않은 친구들이 몸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는 아예 취업을 꺼리거나 들어가도 오래 못 버티고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정말 마음에 드는 직장이 아니라면 시급도 적지 않은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특성화고도 유탄을 맞았다. 주로 '블루 칼라(blue collar)'로 불리는 중소기업 생산직에 취업하는 공고·상고의 졸업생들이 일반 공장이나 회사 취업을 포기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사리 취업해도 일은 고되고 임금은 임시·일용직과 별 차이가 없어서다.

중앙일보

지난 15일 충남 당진시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상품을 운반하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7)씨는 "현재 인건비 부담으로 주말에는 가족끼리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를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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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쏠림 현상' 왜?


서울의 한 공고 교장 A씨는 "학생들이 취업해 받는 월급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보다 훨씬 많다면 취업을 택하겠지만, 최저시급이 올라 아르바이트로 쏠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교사 B씨는 "시급이 올랐다지만 학생 대다수는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고 싶어한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20원(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 5월 기준 10.5%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취업난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직장을 잡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프리터족'도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프리터족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친 말로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젊은 층을 말한다. 일본에는 수백만 명의 프리터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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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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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처럼 일하는 게 싫어요"


김모(26·전북 전주시)씨는 2년제 전문대를 졸업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약재 포장 공장에 생산직으로 취직했지만, 얼마 안 다니고 사직서를 냈다. 김씨는 "기계처럼 일하는 게 싫었다. 월급이 150만원이었는데 아르바이트만도 못하다고 생각해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퇴사 후 패스트푸드점·사진관·PC방 등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난 2월부터는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스테이크집에서 고기 굽는 일을 한다. 주 5일 근무에 매달 200만원가량을 손에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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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주들의 수익 분석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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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교 졸업 후 1년 반 동안 아르바이트로 4000만원가량을 벌었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어 쉬는 날에는 사진 등 취미 활동도 한다. 김씨 부모님도 처음엔 아들에게 '결혼은 어떻게 할래?' '집은 무슨 돈으로 살래?' 등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김씨 삶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아직 정식으로 취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나중에 프리랜서를 하더라도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평생 직장'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며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자기 전공과 상관없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안 좋다고 볼 수 있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수원=김준희·최모란 기자, 박형수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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