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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휴가지 명당자리에 빈 텐트…'캠핑 장박족'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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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캠핑장에서 오랫동안 텐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장박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해변가 같은 무료 휴가지에 이렇게 텐트를 장기간 설치해서 다른 사람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얌체 장박족'들입니다. 하루 이틀 이러는 게 아니라 길게는 수년 동안 자리를 독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의 선녀바위 해수욕장입니다.

아름다운 절벽을 보면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서 요즘 인기가 많은 곳인데요.

그런데 제가 지난 금요일에 왔을 때 봤던 텐트 여러 동이 주말을 지나고 아직까지도 남아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가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금요일과 같은 자리에 텐트들이 있습니다.

인기척은 없고 안을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텐트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로 꼼꼼히 고정됐습니다.

[피서객 : 저거는 한 5일 전인가 저희가 갔다가 어제 또 왔거든요. 사람이 없더라고요.]

주변을 살펴봐도 텐트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근 상인 : 잠깐 (집에) 갔다가 금요일 저녁에 온다고 했어.]

텐트 주인이 미리 좋은 자리를 맡아두고 시간날 때 와서 이용하는 것입니다.

무료 휴가지에 '알박기'로 알려진 이른바 '얌체 장박족'의 야영입니다.

텐트를 다시 칠 필요도, 자리 싸움을 할 필요도 없어 주로 낚시인기 장소나 야영 명당 자리에 보이는 행태입니다.

주말 낮 대전 갑천변입니다.

이곳 일부 텐트 안에도 주인이 없습니다.

다리 아래나 나무 아래처럼 그늘이 생기는 곳이 텐트 장박족들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텐트가 색이 바래거나 삭지 않기 위해서 그 위쪽에 천막을 쳐놨는데, 그 위쪽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또 이쪽 반대편 텐트를 와보시면요.

지금이 현재 한여름인데도 한겨울 옷이 이렇게 걸처져 있고, 그 위에는 거미줄까지 처져 있습니다.

이런 장박족의 텐트 때문에 정작 주말을 맞아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자리잡기가 힘듭니다.

[피서객 : 저분들 보니까 밤에 아무도 없어요. 여기까지 왔다가 자리 없으니까 다 가요. 미리 선점해놨다고 해서 마치 자기 사유지처럼 사용하면 안 되는 거지.]

햇빛에 오래 노출돼 천 곳곳이 삭아 찢어졌고 아예 텐트가 무너져 흉물로 변한 곳도 많습니다.

강가에는 오래된 텐트와 캠핑 용품이 버려져있습니다.

휴가지에서 텐트를 또 하나의 집처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샤워를 할 수 있는 텐트가 따로 있고 심지어 농작물도 재배합니다.

한 두 가구가 아닙니다.

[저분들 여기 사신지 2~3년이 아니야. 오래됐어요. 겨울 빼고 다 왔는데 계속 있었고요.]

이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개를 위한 텐트도 있고요.

텐트 안에서 쓸 전기를 생산할 태양광 패널까지 설치해뒀습니다.

전기가 공급되니 선풍기도 사용하고 가재도구도 갖춰놨습니다.

이 곳에 텐트를 설치해 둔 이유를 묻자 화부터 냅니다.

[텐트 주인 : 왜 찍어요 글쎄! (선생님 텐트 아니시라고) 내꺼야! 왜 찍어! 빨리빨리 다 지워요 빨리. 무슨 죄인도 아니고 죄짓고 오는 것도 아니고요.]

관할 지자체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시 관계자 : 야영과 점용의 차이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강제적으로 철거할 수 있는 법령에 대한 근거는 없죠.]

'얌체 장박족'으로 몸살을 앓던 청주 문암생태공원은 결국 지난해부터 이용 요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김창연/충북 청주시 복대동 : (예전엔) 전혀 인기척이 안 보이는 그런 텐트들도 많았죠. 유료화되고 나서 그런 부분은 없어진 것 같아요.]

일부 해변에는 자릿세가 극성이고, 자릿세가 없는 곳엔 이렇게 텅 빈 텐트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즐거운 휴가철, 기분 상하는 일이 없으려면 기본적인 시민의식은 지켜야겠습니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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