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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머리 맞댄 미·러 스트롱맨…'적과의 동맹'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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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헬싱키서 첫 정상회담 / 시리아 내전 해결 방안 핵심 의제 / 핵무기 감축·北 비핵화 등 논의 / 양국 관계개선·경협 발전도 협의 / 트럼프 “세계는 우리가 친하길 원해 / EU는 통상서, 러는 어떤면에서 敵”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오후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스트롱맨’(강한 통치자)으로 언급되는 두 정상의 공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공식 회담에 앞서 두 차례 간이 회담을 갖기는 했다.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즉석 회담을 했고, 지난 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몇 차례 접촉하며 짧게 대화를 나눴다.

16일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던 미·러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45분가량 늦게 개최됐다. 푸틴 대통령이 30분 늦게 헬싱키 공항에 도착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호텔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늦췄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2시간 동안 일대일 회담을 한 뒤 참모진이 배석한 업무 오찬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난 직후 “세계는 우리가 잘 지내기를 원한다”며 “(양국이) 훌륭한 기회를 가졌고, (전임자들과 달리) 탁월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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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통령 부부 만난 트럼프·멜라니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부인 멜라니아(〃 세 번째)가 16일(현지시간) 헬싱키 대통령 관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맨 오른쪽), 부인 제니 하우키오와 함께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헬싱키=AP연합뉴스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잘못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수년 동안 미국의 무지와 어리석음, (특검의) ‘조작 마녀사냥’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나빠졌다”고 개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두 정상은 앞서 푸틴 대통령의 외무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가 설명한 대로 시리아 내전 해결 방안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이외에 핵무기 감축, 중국에 대한 입장,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북한 비핵화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또한 미·러 양자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발전 방안을 논의하면서 상대국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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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장소인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헬싱키=AFP연합뉴스


이번 회담은 양국 긴장 고조 속에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브로망스’(남자들의 우정)로 표현됐던 두 사람의 만남이어서 주목받았다. 특히 최근 미국 특검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러시아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한 이후 이뤄졌다.

지난 3월 전화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회담이 국제질서 변화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향후 미·러 관계는 물론 국제질서의 방향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싱키 방문에 앞서 브뤼셀과 영국 등을 찾아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과 갈등 양상을 표출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동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방영된 미 CBS방송과 인터뷰에서는 EU를 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EU가 통상에서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보면 적이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는 어떤 면에서는 적이다”라며 “중국은 경제적으로 확실히 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개최된 헬싱키에서는 찬반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하는 시위가 펼쳐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 주변에는 ‘환영해요, 트럼프’ 등 현수막을 들고 이번 회담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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