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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전설’이 되어가는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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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경기 연속 출루.. 메이저리그에서도 역대 30명만 기록
후반기 경기에서 연속출루 이어지면 명예의 전당 가능


파이낸셜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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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9일(이하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윈터미팅이 열렸다. 윈터미팅은 자유계약선수(FA)와 트레이드, 룰 5 드래프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오픈 마켓이다.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과 스캇 보라스는 마지막 날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추신수(36. 당시 신시내티 레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신수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8년 1억4000만 달러(약 15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바랐다. 텍사스는 6년을 원했다. 이듬해면 32세가 되는 외야수. 2~3년 후면 지명타자로 돌려야 한다. 6년 이상의 계약은 무리. 보라스는 두툼한 책자 하나를 남기고 협상장을 떠났다.

보라스가 FA 선수를 팔 때마다 매번 내용을 달리하며 내놓는 책자. 대체 추신수의 어떤 매력을 강조했을까. 며칠 뒤 추신수는 7년 1억3000만 달러에 텍사스와 계약을 맺었다. 보라스는 텍사스의 바람을 정확히 찔러 들어갔다. 텍사스는 2013년 아메리칸 리그(AL) 15개 팀 가운데 팀 타율 7위(0.262), 팀 홈런 6위(176개)를 기록했다.

에드리안 벨트레, A J 피어진스키, 넬슨 크루즈 등 중심 타선이 짱짱했다. 문제는 테이블 세터였다. 특히 1번 타자가 약했다. 그해 텍사스의 1번 타자 타율은 2할6푼6리. AL 팀 가운데 11위였다. 출루율 높은 1번 타자가 절실히 필요했다.

최고의 1번 타자 제코비 엘스베리는 며칠 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300만 달러에 계약한 상태였다. 보라스의 책자는 온통 추신수의 출루율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3년 추신수의 출루율은 4할2푼3리. 텍사스 단장의 마음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추신수는 내내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 비로소 추신수의 '출루 본능'이 되살아났다. 추신수는 16일 볼티모어전서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랐다. 51경기 연속 출루. 베이브 루스와 맞먹는 기록이다. 7회에는 시즌 18호 홈런까지 뽑아냈다. 21세기 들어 51경기 이상 연속 출루한 타자는 배리 본즈(2003년) 등 9명뿐이다.

추신수의 연속 출루 기록은 5월 14일부터 줄곧 이어지고 있다. 51경기 텍사스의 승률은 4할5푼1리. 텍사스의 올 시즌 전체 승률(0.423)보다 앞선다. 추신수는 6월 한 달간 타율 3할4푼7리, 출루율 4할6푼6리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덩달아 텍사스는 6월 6할대(0.609) 승률을 기록했다. 추신수의 출루율과 팀의 승률은 일심동체다.

51경기 이상 연속 출루를 성공한 타자는 모두 30명. 테드 윌리엄즈와 조 디마지오 등 하나같이 전설적인 타자들이다. 최다 신기록은 테드 윌리엄스의 84경기. 2위는 조 디마지오의 74경기다. 이들 30명은 금지 약물을 사용한 타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 53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데릭 지터는 사실상 명예의전당을 예약해둔 상태. 추신수는 후반기 시작 첫 경기서 출루에 성공하면 타이 콥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스스로 전설이 되어간다.

이제 추신수의 출루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야후스포츠의 마크 타운센드 기자의 표현이 실감난다. 죽음(death), 세금(taxes), 추신수의 출루(Choo reaching base), 이상은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세 가지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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