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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중국 구애 받는 유럽, “대미 공동전선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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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례 중-EU 정상회담 베이징에서 열려

3년만에 무역·안보 등 다룬 공동성명 ‘성과’

중국 ‘WTO 개혁’ 협조 약속하며 유럽 접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공격으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유럽을 끌어들여 공동전선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미국의 무역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선 양쪽의 이해가 같지만, 정치·경제 체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극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을 방문 중인 유럽연합(EU)의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연례 중-유럽연합 정상회의을 진행했다. 리 총리는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중국과 유럽연합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이날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양쪽은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다자주의 무역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과 ‘패권 다툼’의 성격이 짙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자유무역을 매개로 ‘중-유럽 공동전선’을 만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유럽 역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한 뒤 이에 대한 보복 조처를 내놓으며 무역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적은 어디냐’라는 질문에 “나는 유럽연합이 무역에서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볼 때 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럽을 공격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협조를 약속했다. 양쪽은 앞으로 차관급 기구를 만들어 개혁 작업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국가 간 무역 분쟁이 세계무역기구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이 심각해 세계무역기구가 다룰 수 있는 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중국의 무역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중국과도 일정 정도 거리를 뒀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산업 보조금, 지적재산권, 강제 기술 이전, 무역비용 경감, 새로운 발전 전략, 분쟁의 효율적 해결 등에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유럽이 제기해온 중국 산업정책의 문제점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하는 지점과 일치한다. 앞으로 세계무역기구 개혁 논의에서 중국과 유럽이 맞붙을 가능성이 큰 부분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자문기구인 유럽경제사회위원회의 루카 자히에르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은 중국과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할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만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6년과 2017년 중-유럽 정상회담에선 중국의 과잉생산과 시장경제 지위 인정 등을 놓고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공동성명 없이 막을 내렸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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