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작은 게 경쟁력…억대 100㎏ 초음파장비→7백만원 390g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료기기 소형화 추세 확산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키만 한 의료기기를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게 만드는 의료기기 소형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수천만~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 고정형 장비를 수십~수백만 원대의 작고 간편한 기기로 재탄생시킨 소형화 의료장비는 의료진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지역이나 중국·아프리카 등 전국적으로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의료벤처 힐세리온은 손바닥만 한 모바일 초음파 진단기기 '소논'을 개발했다. 초음파 진단장비는 보통 100㎏이 넘는 데다 대당 수천만~수억 원에 달하지만 소논의 무게는 390g에 불과하고 가격도 700만~900만원대로 확 낮췄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도 연동된다. 응급실 전임의였던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2012년 위험한 상황에 놓인 임신부를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청진기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가 있다면 병원 밖에서도 환자 몸속 상태를 빨리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회사를 창업하고 개발한 게 바로 소논이다.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지만 모바일과의 뛰어난 연동성, 한 번 충전해 6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저전력 소모 설계 등 소논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힐세리온 측 설명이다. 힐세리온은 소논으로 해외 시장에서 매출의 60%를 올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 지사를 설립했고 중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지원을 받아 베트남, 중동, 아프리카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진그룹의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기업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도 무게 200g짜리 초소형 탐촉자 초음파 진단기 '미니소노'를 선보였다. 탐촉자는 환자 몸에 초음파를 보내고 반사된 초음파를 영상화해 인체 내부를 측정하는 기기다. 윈도 10이 탑재된 마이크로소프트 태블릿PC에 연결해 고화질의 초음파 진단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신생 바이오벤처 필로포스는 OCT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휴대용 무선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피부과를 우선 타깃으로 삼아 'Skin-in-sight(가칭)'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OCT란 적외선 빛을 이용해 생체조직 내부 단면을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기존 영상진단 기술의 한계 때문에 접근 불가능한 영역까지 고해상도로 볼 수 있다. OCT 기술은 안과·치과·심혈관내과·소화기내과 등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다.

테라코너스는 휴대가 가능한 소형 유방암 진단기기를 개발 중이다. 테라코너스는 우리 몸속의 종양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전기적 특성을 분석해 세포나 세포조직 대사량을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경호 테라코너스 대표는 "다양한 암 진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데 유방암을 첫 타깃으로 잡았다"며 "유방암은 피부 표면에서 1분 만에 과잉 대사가 발생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고 건강검진 시 유방 X레이 촬영이나 초음파 검진에서 영상 분석만으로는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문제가 의심되는 부위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캡슐내시경은 '의료기기 소형화'의 꽃이다. 두꺼운 내시경 카메라를 몸속에 집어넣는 고통 없이 캡슐약처럼 환자가 삼키기만 하면 쉽고 간편하게 내시경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오래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술적 장벽과 체내 안전성 검증 등이 필요해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지만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의료기기 업체 인트로메딕은 앞뒤에 카메라가 달린 양방향 캡슐내시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소형 카메라 제조 기술을 가진 하이소닉은 자회사 RBK메디케어를 통해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 등 의료기기 개발·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의사가 외부에서 원하는 소화기관 내부를 정밀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능동형 캡슐내시경을 개발해 연내 시제품을 출시하고 FDA 임상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위·십이지장 등을 들여다보는 일회용 내시경을 만드는 옵티메드도 캡슐내시경 개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헌태 옵티메드 대표는 "기존 내시경과 효과가 동일한 일회용 내시경을 소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