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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식단조절로 항암치료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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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연구진, 쥐 대상 실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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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에 따라 항암치료 효과가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식사 내용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항암제 약효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화이트헤드 의생물학 연구소, 하버드-MIT 포괄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백혈병에 걸린 쥐에게 필수아미노산인 '히스티딘'이 함유된 영양 보충제를 사료에 넣어 먹였다. 그랬더니 쥐에게 투여한 '메토트렉세이트'라는 항암제가 백혈병 치료에 더 잘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히스티딘은 주로 단백질이 풍부한 콩, 고기, 생선, 계란에 많이 들어 있다. 연구진은 히스티딘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할 경우 암세포가 항암 화학요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은 양의 약물만으로도 더 강력한 치료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쥐뿐만 아니라 실제 암환자에게서도 이 같은 연구결과가 유효할지를 알아보는 임상을 계획 중이다. 연구 주저자인 화이트헤드연구소의 데이비드 사바티니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항암치료에 있어 식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만약 식단 조절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확인될 경우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항암제를 저용량으로 처방해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도 식단으로 항암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고기, 생선, 아보카도 위주의 저탄수화물로 구성된 케톤식이요법을 따를 경우 'PI3K'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 약효가 더 강해진다는 동물실험 결과였다. 유방암, 자궁내막암, 혈액암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세포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PI3K 기능을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Pl3K 억제제는 종종 임상시험에서 불안정한 결과를 낳았다.

연구진은 이처럼 약효가 떨어지는 이유가 PI3K를 차단할 때 인슐린 수치가 높아져 PI3K 기능이 재활성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저탄수화물 식단을 통해 인슐린 수치를 낮추면 약효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알무트 슐츠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원은 "쥐의 식단을 조절하는 것보다 인간의 식단을 조절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게 난제"라며 "다만 암환자들의 경우 저탄수화물처럼 지키기 어려운 식단이라도 따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식단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식단 조절을 통해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대신 역으로 대사 경로를 이용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암 치료제 효능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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