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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3명중 21명 이민자 후손…`레인보우 사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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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또다시 '아트사커' 시대가 열렸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년 전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최초 우승컵을 차지했던 프랑스는 러시아 땅에서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독일·이탈리아(이상 4회), 아르헨티나·우루과이(이상 2회)에 이어 역대 여섯 번째로 두 번 이상 월드컵을 차지한 나라가 됐다.

'원맨팀' 대신 '레인보우'

이번 대회는 전통 강자들이 무너진 자리를 신흥 강호들이 파고든 월드컵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에게 기대는 포르투갈,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를 앞세운 브라질 등 '원맨팀'들은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전 포지션에 걸쳐 고르게 강한 프랑스는 끝내 큰 위기 한 번 없이 우승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프랑스가 약점 없는 팀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다양한 이민자가 함께 어우러진 덕분이다. 23명 엔트리 중에서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 '레인보우 팀(Rainbow Team)'으로 불린 프랑스는 아프리카의 속도와 유럽의 힘을 고루 갖춘 축구를 선보이며 조별리그에서 2승1무, 토너먼트에서 4승으로 무패 우승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이 과정에서 14골을 넣는 동안 6골만 내줬다. 4대3 난타전 끝에 승리했던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 4대2 경기가 펼쳐진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탄탄한 수비로 안방을 지킨 뒤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손쉬운 승리가 대부분이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프랑스 대표팀은 평균연령 26.1세로 이번 대회에서 나이지리아(25.9세)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팀이었다는 사실이다. 19세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를 필두로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뮈엘 움티티(FC 바르셀로나), 라파엘 바란(레알 마드리드)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프랑스는 2010년대 초반 스페인이 그랬던 것처럼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리우 자갈루(브라질)와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하는 세 번째 영광을 차지한 데샹 감독도 "4년 전과 비교해 팀 리빌딩에 주력했고 월드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면서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행운마저 프랑스 쪽으로

결승전만 두고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참 많았으니 축구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었다.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프리킥이 크로아티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머리를 스치고 골문을 흔들며 선제골을 기록한 프랑스는 곧바로 크로아티아 윙어 이반 페리시치(인터밀란)에게 동점을 내줬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페리시치의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그리에즈만이 깔끔하게 성공시켰고, 포그바와 음바페 두 유망주가 2골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만주키치가 프랑스 골키퍼 위고 로리스(토트넘 홋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격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사실 낙승을 예상하던 프랑스는 크로아티아의 투혼 앞에서 경기 내내 고전했다. 볼 점유율도 61%로 크로아티아가 높았을 정도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결과적으로 2골 차 승리를 차지한 데는 운이 따랐다. 선제골로 연결된 프리킥 자체가 그리에즈만의 '다이빙'으로 얻어낸 결과였고, 역전 페널티킥 역시 비디오판독(VAR)의 도움을 받아 얻어낼 수 있었다. 심지어 경기장에 러시아 페미니스트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회원들이 난입한 상황조차도 크로아티아가 역습을 펼치는 도중이었기에 프랑스에는 행운이었다.

반대로 토너먼트 내내 연장 승부를 펼치면서도 이겨 온 크로아티아는 계속된 불운에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번 대회 내내 상대방에게 1골 이상의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고, 설령 선제 실점하더라도 어떻게든 동점·역전을 일궈내던 크로아티아는 끝내 결승전에서는 '역전의 명수'가 되는 데 실패했다. 자책골과 페널티킥을 내준 만주키치와 페리시치가 모두 속죄 득점포를 기록하며 프랑스를 추격했지만 남은 시간이 모자랐다.

크로아티아의 심장으로 활약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차지한 뒤에도 "스스로는 이 상을 받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우승을 더 원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하던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끝까지 활약한 선수들을 하나하나 껴안아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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