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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타지 이송일 넘기고 새 장소도 못 찾고…라돈침대 처리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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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발로 오가도 못하는 라돈 매트리스…주민과 약속 날짜도 넘겨

남은 과제는 주민설득뿐…원안위 "현장서 분리작업할 수 있도록 양해 부탁"

연합뉴스

당진에, 천안에…흩어진 '라돈침대'



(당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충남 당진항과 대진침대 천안 본사에 야적된 매트리스 처리를 놓고 국무총리실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진침대 천안본사 주변 주민들의 반발로 당진 주민들과 약속한 다른 지역 이송 날짜(7월 15일)을 넘긴 데다 제3의 장소 등 마땅한 곳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항에 야적된 매트리스를 천안 본사로 옮겨 해체작업을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국민을 방사능 공포에 몰아넣은 대진침대의 라돈 검출 사태에 대한 처리문제는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국에 산재한 라돈 매트리스를 우체국을 통해 수거한 뒤 당진항 고철야적장으로 실어왔다.

그러나 이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주민들은 "주민건강이 우려된다"며 야적장 입구를 가로막고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더 이상의 매트리스 반입을 금지하고 이곳에서의 해체작업도 용인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매트리스를 모두 빼내 가지 않으면 청와대 앞마당에 쌓아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주민들과 협상에 나섰고 '대진침대 매트리스 처리를 위한 이행협약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당진의 매트리스를 대진침대 천안본사로 이전할 생각으로 이달 15일까지 당진항의 1만7천여장의 매트리스를 타 지역으로 이송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수거된 매트리스가 천안본사로 들어오는 것을 묵인했던 천안 주민들도 당진의 매트리스가 대거 유입돼 공장 안에서 해체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본사 정문을 막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직산읍 판정리 주민 20여명은 지난달 25일 대진침대 본사 정문으로 몰려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매트리스 적재 트럭을 막아 세웠다.

이들은 "인체에 해롭다는 매트리스 해체작업을 왜 우리 마을에서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천안공장 안에서 해체되던 매트리스 작업도 중단됐고, 양쪽 모두 오고 가도 못하는 형국이 됐다.

영세성으로 사태 해결에 힘을 쏟지 못하는 대진침대 회사를 대신해 그동안 정부는 물밑에서 양쪽 주민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계속 이어왔다.

그러면서 수거된 매트리스 보관 및 분리작업 시 주변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언론 홍보에 나섰다.

16일 당진시청에서 열린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의 기자회견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고립된 섬이나 먼바다에서의 해체작업 등 제3의 장소도 옳지 않다고 본 정부는 이제 남은 방법은 주민설득뿐 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합뉴스

"양해해 주십시요"



엄재식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진 주민이 허락한 오는 20일까지 처리 기간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해진 계획은 없다"며 "다만 주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하고 분리작업이 적재된 장소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제 모든 공은 주민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한편 결정해야 할 시일이 촉박해지면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저녁 야적장을 찾아 농성 중인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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