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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2조 넘어선 지자체 벤처펀드…영화·애니 제작까지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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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커의 한 장면. 328만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부산영화투자조합이 투자했다. 부산시는 부산 지역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50억원을 투자해 부산영화투자조합을 설립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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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벤처펀드 투자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지자체가 투자자로 참여해 운용 중인 벤처펀드는 96개다. 펀드 운용액은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2조2378억원에 이른다. 지자체가 투자자로 참여한 벤처펀드 운용액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자체가 벤처펀드 투자에 적극적인 건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지역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청산이 완료된 대덕 특구 펀드가 대표적이다. 8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에 대전광역시는 10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700억원은 정부와 은행권에서 자금을 댔다. 대덕 특구 펀드 운용사는 대전시 벤처기업과 기술기업에 투자했다. 김기환 대전시 기업지원과장은 “시에서 100억원을 투자했는데 155억원을 회수했다”며 “벤처펀드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나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토종 기업도 생겼다”고 말했다. 투자 금액 대비 레버리지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는 벤처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기준으로 11개 펀드에 1400여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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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2017 부산창업박람회. 창업박람회에서는 예비창업자및 업종 전환을 모색하는 자영업자,은퇴자들에게 창업아이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벤처펀드는 일반적으로 8년 동안 운용된다. 4년간 기업에 투자하고 나머지 4년 동안 자금을 회수한다. 투자와 운용이 분리돼 지자체는 펀드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펀드 운용은 벤처캐피탈(VC)이 맡는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벤처펀드 투자 이면엔 손해 볼 게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벤처펀드는 중기벤처부 등 중앙 정부가 기금이나 예산을 통해 VC에 투자한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조성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공무원은 “벤처펀드 대부분은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조성된다”며 “위험도가 높은 일부 벤처펀드의 경우 손실이 날 경우 모태펀드가 먼저 손실을 떠안는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투자금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펀드 지역 기업 투자에서 콘텐트, 엔젤로 다양화
지자체의 벤처펀드 투자는 2015년 이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벤처펀드 투자 유형도 다양화하고 있다. 지자체가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96개 투자조합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진흥이 46개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청년 지원(13개), 문화 콘텐트(12개), 엔젤 투자(11개), 지방 기업 투자(10개), 특허 투자(4개)로 나타났다. 초기 지자체의 벤처투자가 지역 창업과 중소기업 진흥 사업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콘텐트와 엔젤 투자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가 운용하고 있는 50억원 규모의 부산영화투자조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개봉해 328만명을 동원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부산영화투자조합이 투자한 대표 작품이다. 부산시 영상콘텐츠산업과 이복자 주무관은 “콘텐트 지원 펀드를 조성하면 5년 이상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역 영화 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며 “1년 단위로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투자조합을 포함해 18개 벤처펀드에 3001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부산시는 2020년까지 투자금액을 1조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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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벗어나 지방 도시 거점 벤처캐피탈 속속 생겨
이런 가운데 수도권이 아닌 지역 중심도시를 거점으로 한 VC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과 대구를 중심으로 VC 5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모태펀드 등 정부 개입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지자체의 벤처펀드 투자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벤처펀드 투자에 대한 신중론도 나온다. 벤처펀드가 고위험ㆍ고수익 투자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벤처펀드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율이 낮을 경우 투자 원금에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며 “기존 벤처펀드를 따라하기 보단 지자체 특성에 맞는 펀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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