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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바늘로 찌르고 또 찌르고…낚시카페가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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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름 이색 데이트 코스’로 인기

좁은 수조에 물고기 수천 마리 풀어놓고

날카로운 바늘로 잡았다 풀어놓기 반복

전문가 “물고기도 통증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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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가로 3m, 세로 7m, 높이 1m쯤 되는 수조 주변에 낚싯대 10여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기자가 요즘 유행한다는 낚시카페에 들어서자 카페 관계자는 “1시간에 1만원”이라며 가느다란 플라스틱 낚싯대와 미끼 한 줌, 칩이 들어 있는 팔찌를 건넸다. 카페 관계자는 “수조 앞의 저울에 팔찌를 갖다 대고 잡은 물고기의 무게를 달면 (무게에 따라) 점수가 자동 집계되고, 점수에 따라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우고 낚싯줄을 던졌다.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찌가 움직였다. 안내받은 대로 낚싯대를 수면과 90도가 되도록 세워 붕어를 끌어당긴 뒤, 뜰채를 사용해 물 밖으로 붕어를 꺼냈다. 팔뚝보다 조금 작은 붕어 한 마리의 주둥이에 낚싯바늘이 꿰여 있었다.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눈을 수건으로 가린 뒤 낚싯바늘을 제거했다. 처음 해보는 탓에 바늘을 빼는 데에만 30초 가까이 걸렸다. 붕어를 손에 들고 수조 앞쪽에 있는 저울에 가져가 무게를 쟀다. 팔찌를 갖다 대고 저울 위 플라스틱 통에 팔딱거리는 붕어를 넣었다. 5초 뒤 스크린 화면에 ‘360g’이라는 숫자가 뜨며 “더 잘할 수 있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무게까지 재고 ‘제 역할’을 다한 물고기는 겨우 물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여름 이색 데이트 코스’로 알려지며 낚시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의 ‘손맛’을 위해 수천 마리 물고기를 낚싯바늘에 뀄다가 풀어주기만 반복한다는 점에서 잔인한 것 아니냔 의견도 나온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낚시카페에는 20대 연인부터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 교복을 입은 학생 등 10여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능숙하게 물고기를 잡아 바늘을 빼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바늘이 안 빠진다”며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놓고 한참을 끙끙거렸다. 이날 낚시를 처음 해본다는 신아무개(28)씨는 “잡은 물고기 가운데 낚싯바늘에 걸려 입 주변에서 붉은 피가 나는 물고기가 있었다”며 “바늘을 뺄 때 파닥이는 모습을 보며 살아 있는 생명을 장난감처럼 이용한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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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물고기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채은 전북대 겸임교수(수의예과·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물고기도 (여느 동물처럼) 시청각이 발달해있으며 고통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근거가 많다”고 했다. 독일은 이런 인식에 근거해 2013년 ‘정당한 사유 없이 물고기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안을 발효한 바 있다. 미국 수의학회도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 수 있음이 타당하므로 최소한의 통증으로 신속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물 마취 지침을 따르고 있다.

‘물 반 고기 반’을 만들기 위해 좁은 수조에 수많은 물고기를 풀어놓은 환경도 이용객의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수조 안의 밀도가 높아지면 물고기의 분변도 많아져 수질이 나빠지고 용존 산소량도 줄어들게 된다”며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게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생명체를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채은 대표는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갖지만 물고기에 대해선 마치 무생물처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용객의 재미에만 초점을 맞춘 실내낚시 등 행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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