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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드컵 우승’...마크롱 이후 프랑스에 퍼지는 낙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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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월드컵 우승은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사회적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는 프랑스에 ‘희망의 메시지’라고 주요 외신은 15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번 월드컵 우승은 프랑스 내 반(反)이민 반이슬람 정서를 없애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 ‘개혁 군주’ 마크롱 집권 후 사회 분위기 호전

프랑스 축구에 데샹 감독이 있다면 경제 쪽에는 ‘개혁 군주’ 마크롱 대통령이 있다. BBC는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진영의 마린 르펜(국민전선)을 꺾고 대선에 승리하면서부터 프랑스 사회 분위기가 턴어라운드(호전)됐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프랑스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 정책보다 자유경제를 추구하는 마크롱의 손을 들어주면서부터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년여간 몰아붙인 친기업 노동 개혁 조치가 효과를 내면서 프랑스 실업률이 8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청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2.3%로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세금과 낡은 규제를 못 이겨 프랑스를 떠나던 기업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만성 침체로 ‘유럽의 환자’라던 프랑스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떨어진 1.7%로 예상되지만, 실업률은 작년 말 9.0%에서 올해 말 8.8%로 꾸준히 떨어질 전망이다. 프랑스 실업률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10%가 넘었었다.

BBC는 “월드컵 우승만으로 당장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이 오르거나, 지난 25년간 침체된 분위기가 단번에 살아나진 않겠지만, 드디어 낙관주의적 희망이 보인다”고 전했다.

◇ 마크롱 지지율 5~10%포인트 상승 기대

특히 월드컵 우승은 대통령의 지지율도 반등시킬 만한 강력한 힘이 있다. 1998년 월드컵 우승 때도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지지율이 18%포인트 급등했다. 당시 시라크 전 대통령을 대표팀을 엘리제 궁에 초청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열었다.

이 때문에 국정 지지율이 30%대 후반에서 40% 수준까지 떨어지며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도를 기록 중인 마크롱에게 이번 월드컵 우승도 상당한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업 오독사는 이번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이 마크롱에게 단기적으로 5~10%포인트 가량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 결승전 골 넣은 세 선수 모두 이민자 가정 출신...2015년 이후 반 이민주의 극복

CNN은 “이민자 출신을 적극적으로 선수로 등용하는 등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관용)’의 정신이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프랑스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이 중 15명은 아프리카계다. 198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지네딘 지단(46), 파트리크 비에이라(42), 티에리 앙리(41) 등 다양한 이민자 출신의 선수들이 모여 월드컵 우승의 영광과 함께 국민 통합에도 기여했을 때부터 프랑스 대표팀은 ‘무지개 군단’으로 불렸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승리의 주역도 모두 이민자 출신이었다. 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린 세 프랑스 선수 중 킬리안 음바페(20)는 카메룬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폴 포그바(25)는 기니 이민자 2세 출신이다. 또 앙투안 그리즈만(27)은 아버지가 독일계, 어머니는 포르투갈계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사회에서 인종 갈등은 화두가 되어 왔다. 영국 가디언은 “2015년쯤 파리 시내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및 대량 총격 사건으로 프랑스 내부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확대하는 등 사회 분열의 조짐이 만연했으나, 2018 러시아 월드컵 승리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고 전했다.

프레데리크 라젤 리옹2대학 교수는 일간 르몽드에서 “최근 몇 년간 시련을 겪어온 프랑스에서 월드컵 대표팀이 국가를 더욱 공고히 단결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승리에 대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라는 집단적 치유의 힘이 있다”면서 “승리가 방리우(banlieu·대도시 변두리의 저소득층 이민자 집단 거주지)의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해소하지는 못할지라도 프랑스에 순수한 국민적인 기쁨을 안겨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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