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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샤오미폰 출시하는 韓 이통사의 진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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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뉴스 군만두] '외산폰의 무덤' 한국에 '외산폰 풍년'
이통사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명목적 배경 뒤
삼성전자 상대 협상력 높이려는 의도도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한국에 진출하는 외산폰이 요새 참 많습니다. 오늘은 샤오미가 '홍미노트5'를 출시했죠. SK텔레콤과 KT가 판매를 맡았는데요. 우리나라 이동통신사가 샤오미 제품을 유통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랍니다. SK텔레콤은 얼마 전 샤프의 '아쿠오스S3'도 출시했죠. 조만간 화웨이의 '노바 라이트2'도 곧 판매할 거고요. 그야말로 때 아닌 '외산폰 풍년'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외산폰의 무덤'이라던 한국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이 생긴 걸까요.

이통사에 물어봤더니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고 하더군요. 뻔한 답이긴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죠. 덕분에 가성비 높은 중저가폰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요. 이통사의 진짜 '속셈'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이통사의 잇따른 외산폰 출시는 삼성전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몇년 전으로 돌아가볼까요. '갤럭시' 시리즈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이통사는 삼성전자를 운명공동체처럼 여겼습니다. 갤럭시를 많이 팔수록 경쟁사로부터 더 많은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비싼 폰일수록 보조금을 '팍팍' 태워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하기도 쉬웠죠. 그러니 자연스레 삼성전자는 '갑' 이통사는 '을'이 돼버렸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초기 물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할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요즘 이들의 관계가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 워낙 잘 안 팔리는 데다 삼성전자가 최근 자급제 채널을 확대하면서 '스마트폰은 이통사에서 산다'는 대전제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고ㆍ중ㆍ저가폰을 고루 내면서 그동안 못 가졌던 유통력을 손에 넣었죠. 이통사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삼성전자의 힘이 더욱 세질 테니까요.

이 때 이통사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외산폰입니다. '삼성전자 말고도 다른 제조사가 많거든'이라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죠. 게다가 요즘 중국폰이 잘 나가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런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적당해진 거죠. 물론 '밀당(밀고 당기기)'에 능한 이통사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무작정 공격만 하진 않을 겁니다. 협상하려는 것이지 적대관계가 되려는 건 아닌만큼 수위조절을 하는 거죠. 이통사들이 T다이렉트몰이나 올레샵 같은 온라인 직영몰에 대문짝만한 외산폰 광고를 내고 지원금까지 실어주면서도 보도자료 배포와 같은 '공식 행동'은 삼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외산폰을 배척하는 분위기는 쉬이 바뀌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통사의 '삼성 견제'가 심해지면 상황이 조금 바뀔 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씁슬한 풍경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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