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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넷은행 부진, 은산분리의 '결과'일까 '존재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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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 대출중단·증자실패…정치권은 은산분리 완화입법 추진

지분 10%, 의결권 4% 규제 탓 혁신적 사업 한계론

실적 부진은 업계의 능력 확인시킨 것…원칙훼손 불가론도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시중은행 상대 '메기효과'로 주목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년을 맞은 현재 실적 부진에 빠졌다. 업계는 은산분리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입장이고, 정치권도 규제완화 입법으로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은산분리 훼손을 우려하는 반론도 여전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은행(K뱅크)은 지난주 3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초 1500억원대 유상증자가 목표였지만, 이해가 다른 주주들의 불참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로써 자본금을 3800억원까지 쌓는 데 그쳤다.

이러는 동안 K뱅크는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최근까지 세차례나 중단했다. 자본 확충이 제때 안돼 대출 상품 판매가 어렵고, 상품 개발도 제한받는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8.15%에서 올해 1분기 13.48%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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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조금 낫다. 지난 4월 5000억원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1조3000억원까지 늘렸다. 1분기 10.96%던 자기자본비율도 호전됐다. 그러나 증자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인터넷은행 업계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K뱅크는 188억4300만원, 카카오뱅크는 53억3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도 각각 837억8700만원, 1044억9100만원씩 순손실을 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대~9%대에 달하는 시중은행에 못미치는 '마이너스' 실적 탓에 자본금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다.

업계에서는 악순환의 원흉을 은산분리 규제로 본다. 현행 은행법에 '비금융주력자'의 지분을 10%(의결권 행사는 4%만)로 제한하면서 적극적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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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의 KT와 카카오뱅크의 카카오가 지분 제한을 받는 탓에, 정보통신기술(ICT)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핀테크(FinTech)를 시도할 기회는 막혔는데, 그걸 구현하라고 압박받는 상황"(업계 관계자)이라는 게 업계 인식이다.

2016년 현재 일본의 경우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라쿠텐은행 지분 100%, 포털업체 야후가 재팬넷은행의 41%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전자상거래업체나 SNS업체에 30%까지 인터넷은행 지분을 허용한다. 중국 1호 인터넷은행 위뱅크는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 175%, 순익 261%의 실적 신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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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도 업계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자본확충 이슈인데 경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입법이 필요하다"(민병두 의원), "기술혁신과 제도혁신의 성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정재호 의원)는 규제 완화론이 줄을 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5건의 은산분리 완화 관련법안을 발의했다. 각 법안은 현행 지분 제한을 34~50%까지 대폭 완화하고, 대신 대주주에 대한 대출이나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의 매입을 제한하는 식으로 보완 규정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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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권 일각과 시민사회는 여전히 원칙 훼손에 반대한다. "한두 업체 수익 보전을 위해 금융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은 본말전도"(여당 인사)라고 반발한다. 2013년 동양증권 사태처럼 금융의 '재벌 사금고화' 여지를 조금이라도 남겨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와 K뱅크 등의 실적부진을 놓고 업계가 인과관계를 거꾸로 해석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적부진은 인터넷은행의 경영능력상 한계 탓에 벌어졌을 뿐이고, 그래서 '뱅크런' 예방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경실련은 △중금리 대출과 일자리 창출 등 인터넷은행이 목표한 경제적 효과가 미미했고 △핀테크산업 발전 효과가 불명확한 만큼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는 별개이며 △은산분리 논의에 앞서 인터넷은행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등의 주장을 제시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K뱅크는 시작할 때 '3년간 증자능력에 문제없다'고 큰소리쳤으나, 출범 6개월 후부터 증자에 한계를 보였다. 거짓말이었다는 얘기"라며 "지난 정권 금융위 관료들의 정책판단 오류가 드러날까봐, 시급 현안인 K뱅크 문제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서도 "한때 대구은행이 K뱅크 지분을 대량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구은행의 최대주주가 바로 삼성생명"이라며 "은산분리 완화의 파장을 섣불리 예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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