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단독] 병 던지고 욕설…`백화점 갑질女` 형사처벌 초읽기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제품이 피부에 맞지 않는다며 점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40대 여성이 형사처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일상다반사인 고객 행패에도 이미지를 고려해 온정적으로 대응했던 기업 측이 도를 넘은 갑질을 한 손님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여성이 난동을 부리는 과정에서 주변 고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까지 확보해 합의 여부가 처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수폭행 혐의 적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상으로 녹아든 만연한 갑질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갑질 무관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15일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가해자 양 모씨(46)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한 백화점 직원 2명이 양씨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죄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임을 고려하면 양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 앞서 용인서부경찰서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화장품 매장에서 제품이 불량이라 자신의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며 화장품을 던지고 직원을 폭행하는 등 행패를 부린 양씨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양씨는 당시 매장 직원들을 향해 "화장품 쓰고 두드러기 났잖아 ××야!" "내 피부 책임져. 죽여버린다 ×××야!"라며 폭언을 쏟아냈고, 겁을 먹은 채 얼굴에 튄 화장품을 닦아내는 직원에게 화장품을 먹으라는 말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양씨는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해 화장품을 던지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양씨는 시민의 신고로 그 자리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지난 11일 피해자 조사를 통해 양씨의 추가 혐의점도 밝혀냈다. 사건 당시 백화점 직원 외에 매장을 방문한 손님 중에도 양씨가 던진 화장품에 맞은 피해자가 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에 기초해 사건 당일 백화점 폐쇄회로(CC)TV를 조사하고 추가 피해자를 찾는 한편 양씨에 대해 특수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폭행죄가 적용되면 추후 피해자들이 양씨와 합의해도 양씨는 형사처분을 피할 수 없다. 특수폭행죄는 다수가 집단적 위력을 이용하거나 생명·신체에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폭행을 가할 때 성립하는 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양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더 이상 일상에 만연한 갑질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양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화점 갑질녀를 처벌해 달라' '백화점 서비스직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등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촬영한 양씨의 '갑질 영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져 나가며 수많은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 처벌하길"(nani****), "자꾸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니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이번 기회에 갑질문화 뿌리 뽑았으면"(busi****),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직원분 절대 합의해주지 말고, 힘내세요"(luci****)라며 함께 분노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수없이 되풀이되는 갑질문제에 대해 "경제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서 사람들 내면에 누적된 분노가 갑질로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하며 "정작 스스로를 '갑'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우리 사회에 갑질이 만연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에는 대면사회였기 때문에 웬만한 갑질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넘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온라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갑질을 용인하다거나 덮고 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면 이번주 중 소환해 피해 여부와 정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희래 기자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