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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종업원 데려와라 회유·협박” 탈북 식당 지배인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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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기획 탈북설 다시 제기

“대다수 동남아 가는 줄 알고 입국

처벌 받더라도 고향 돌아가겠다”

국정원 “자발적 입국” 입장 고수

중국 내 북한 식당(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의 국내 입국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일부 종업원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입국했다”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기자회견에 이어 여종업원들을 인솔해 입국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15일 일부 언론을 통해 국가정보원의 기획 탈북설을 다시 주장했다.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엿새 앞두고 발생한 사건이 2년여 만에 다시 조명을 받으며 정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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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 2016년 4월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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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정원 압박 있었나?
허 씨는 중국 저장(浙江)성의 북한 류경식당에서 여종업원 12명과 함께 일했다. 중국 사업가가 투자해 북ㆍ중 합작으로 운영하던 류경식당은 주로 북한 음식을 만들어 판매했다. 허 씨는 2016년 4월 종업원 12명을 데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를 거쳐 입국했다. 허 씨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원래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다”며 “정보도 가져다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국정원)이 나보고 종업원들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주겠다. 거기서 종업원들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꼬셨다”며 국정원의 기획탈북설을 주장했다. 허씨는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했다”며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내가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국정원 관계자가)협박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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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입국한 여종업원들이 근무하던 중국 저장성 닝보시 류경식당.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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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간 기획탈북설에 대해 대응을 피하며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입국했다”고만 밝혀왔다. 이날도 “전 정부에서 진행한 일이긴 하지만 제3국에 체류하는 동안 이들의 입국 희망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정보수집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 맞지만, 정보기관이 식당을 차려 운영할 경우 해당 국가와 마찰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명을 하면 할수록 정보기관의 활동 내용이 오히려 노출된다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②여종업원들 한국행 알았나?
허 씨는 이날 “(여종업원의)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 왔다가 한국 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동남아 지역에 식당을 차려 준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하면서다. 이는 2명의 여종업원을 만난 뒤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지난 10일 기자회견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모두가 한국행을 모르고 온 것인지, 일부만 몰랐는지, 서울 도착후 북한의 가족들을 걱정해 한국행을 몰랐다고 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허씨도 이날 "대다수"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을 포함해 한국행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③송환 가능성은
북한 당국은 이 사건을 ‘납치’라며 공식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허씨 역시 “처벌을 받더라도 고향으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여권을 취득한 사람이 제3국을 여행하면서 북한으로 갈 경우 막을 방법은 물리적으로 없다. 그러나 종업원들이 당초 입장을 바꿨다고 해서 판문점으로 공식 송환할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에 납치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 또 “전 정부에서 한 일”이라며 희망자 일부만 송환할 경우 국내에 남은 종업원들의 북한 가족들 신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허 씨를 포함해 13명 중 몇 명이 송환을 희망하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부 종업원들은 국내 대학에 진학해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허 씨 역시 한때 국내 정착을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식당 운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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