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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갑질의 사회학…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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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가진 자뿐 아니라 사회 전역의 일반인들까지 갑질의 주체로 나서고, 때론 을이 되는 뫼비우스의 띠가 형성되면서 이른바 '갑질의 대중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본주의와 소비경제 고도화에 따라 장유유서(長幼有序)와 관존민비(官尊民卑)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갑을관계 프레임은 다방면화하고 있다. 빠른 성장 과정에서 종업원이나 중소기업이 을(乙)을 자처했고 고질적인 상하구조가 형성됐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객 잘못에 종업원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서비스업 근로자에게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생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수요 중심 경제구조 변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편화로 갑질의 대중화는 심화되고 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이 기분 나쁘면 (공급자에 대한) 화풀이를 SNS상에서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견을 바로 소통할 수 있는 루트가 있으니 이런 곳에서 갑질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명예나 직업으로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받는 선진국과 달리 재산과 지위로 갑을관계를 나누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화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동체 구성원 상대방 자체와 직업에 대한 상호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급자의 의식도 문제"라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다"고 했다.

손님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가게 종업원의 비결은 다름 아닌 일본 손님의 종업원을 향한 존중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서비스 강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고객이 종업원에게 갑질하는 사례는 찾기가 쉽지않다. 고객들도 직원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갑질 문화가 존재했으나 기업 문화가 바뀌면서 직업윤리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정착됐다"면서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은 강도 높을 수 있으나 지위고하를 놓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격적 모욕과 신체적 폭행을 동반한 갑질을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동체가 갑질 예방 매뉴얼 및 조치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희수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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