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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복무기간 현역 2배 돼야" vs. "1.5배 이상은 징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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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포트라이트 - 대체복무제] (上) 주요 쟁점은
헌재 "대체복무제 마련하라"
국방부 구체적 방안 논의.. 내년 2월 대책 나올 전망
병역기피 수단 악용 막을 합리적 대체복무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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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병역회피 악용하지 않게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의 2배 이상이 돼야 한다." (비판론)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적 기준을 보면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의 1.5배 이상은 징벌적 의미로 비쳐질 수 있어 과도해 보인다." (옹호론)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가 없는 처벌은 헌법 불일치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리면서 68년 만에 대체복무제 도입의 길이 열렸다.

그동안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살이를 한 이들은 1만9700명에 달한다. 병역거부자는 흔히 알려진 여호와의 증인뿐 아니라 천주교·개신교 신자, 전쟁에 반대하는 정치·양심적 신념을 가진 자 등 다양했다.

하지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한 병역의무는 공익을 위한 필수란 요구도 높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의 자유를 위한 병역거부는 인정하되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에 악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헌재가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해 국회는 2019년 말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대체복무를 명시하지 않은 '병역법 5조'는 효력을 잃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 정책과 입법을 위한 대책에 나섰다. 국방부는 내년 2월 구체적 방안을 내놓기 위해 논의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대체복무 심사기구를 국무총리실 및 국방부 산하에 설치해 대체복무 대상자에 대한 다단계 심사·판정, 총괄적 결정·조정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의 진일보한 결정

헌재의 판결로 이제 공은 국회와 국방부로 넘어갔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 온 국민이 납득할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체복무제의 가장 큰 쟁점은 복무기간, 복무강도 등이다. 개인 양심의 결정을 객관적으로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이 '보상심리'를 느끼지 않을 만큼의 기간과 앞으로 군대에 갈 청년들이 대체복무제를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대체로 정치권은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1.5~2배로 꼽고 있다. 여론(6월 29일 리얼미터 조사)도 시민 65%가 현역의 1.5~2배 수준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국민 법감정' 및 분단국가의 현실과 인권·양심의 자유 및 국제적 기준에 따른 이견은 향후 병역법 개정에 큰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다수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2배 이상이 돼야 병역기피 수단으로 변질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국방위원장 위원은 "현역병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한 경우 2배라면 대체복무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중시하는 측에선 현역병보다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은 징벌적이며, 국제적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이 현역의 1.5배 이상일 경우 징벌적 복무 형태"라며 "이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나 유럽평의회, 한국 인권위원회 등에서 정립된 국제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대체복무제는 복무 기간·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어 구체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용민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복무제 시행 시 심사기준과 평가방식을 명확히 설정해 병역기피자의 악용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무기간, 업무방식, 기초 군사훈련, 합숙 여부 등 이해관계자 간 첨예하게 대립할 쟁점을 포괄적으로 해결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쟁점 다양해 입법 논의 속도

대체복무 강도에 대해서도 병역기피 악용을 피하기 위해 지뢰제거 등 현역병 수준의 고된 업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벌을 주듯 몰아세워 오히려 사회적 인권 수준을 저하하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체복무제가 현실이 된 시점에서 '지뢰제거'는 꾸준히 거론되는 복무 중 하나다. 온라인상에는 '중병 환자의 수발 및 봉사' '무의탁·무연고자가 모인 정신병동' '시한부 에이즈 환자 봉사활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대체복무제는 쟁점이 다양해 내년 말 입법을 위해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모든 사안을 염두에 두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올해까지 안을 짜는 게 목표이지만, 사실상 내년 2월은 돼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fn 스포트라이트 - 대체복무제]
<中> "군복무 대신 갈 수 있는 곳 교도소 뿐… 특혜 바라지 않아"
<下> 관리감독 주체 놓고 軍-시민단체 대립… 예비군 문제도 변수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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