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묻지마’ 지출을 허하라…신혼부부 돈 관리 3원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21)
중앙일보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지혜는 줄일 수 있는 갈등과 문제는 최대한 줄이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례를 서 달라는 부탁을 받아 얼마 전부터 색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이 젊은이들에게 어떤 주례사를 해줘야 할까? 평생 기억할만한 주례사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결혼하고 나면 달라지는 것이 참 많다. 서로의 민낯을 보게 되고,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약점도 드러나게 된다.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온 서로에게 때론 놀라고, 때론 분노하고, 그러면서 용서하고 살아갈 것이다.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지혜는 줄일 수 있는 갈등과 문제는 최대한 줄이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줄여야 할 갈등과 문제는 무엇이고, 어쩔 수 없이 겪게 돼 함께 극복할 어려움은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 끝 신혼부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돈에 대한 지혜를 정리해 보았다.

세 가지 돈 관리 원칙
결혼식과 신혼여행이라는 사치스러운 시간이 지나가면 수많은 돈 문제가 부부를 찾아온다. 버는 것에 비해 돈이 모이지 않아서 고민이고, 서로 다른 소비 습관이 이해가 안 돼 힘들다. 자녀를 가질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도 ‘돈’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돈 문제의 핵심은 양이 아니다. 주위에 돈 때문에 헤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양이 적어서가 아니라 돈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달라서다.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면서 돈 관리의 핵심 원칙 세 가지를 정리해 보자.

돈 문제에 관해 서로 소통하라
중앙일보

결혼하면 돈 문제에 관해 서로 소통하자. [사진 freepik]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혼하면 돈 문제에 관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 좋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어 생각해보자.

에피소드 1.

갑자기 지갑을 잃어버려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해 놓은 영미에게 남편은 카드가 나올 때까지 사용하라며 자신의 카드를 건넸다. 고마운 남편이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영미는 카드를 쓰지 못한다.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남편이 알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카드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아주 기본적인 지출 외에는 소비를 자제했다.

에피소드 2.

결혼한 지 1년 안 된 영준은 사고 싶었던 신발이 있었는데, 세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0만원이나 되는 신발의 세일가가 20만원이라며 정말 사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괜찮아, 자주 그런 것도 아닌데…”라며 자신의 카드를 내준다. 그런데 영준은 아내의 카드를 쓸 수가 없다. 50만원이라는 거액이 찍히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3.

지영은 나름 잘 나가는 프리랜서 강사다. 집에 택배 박스가 올 때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을 전혀 하지 않는 남편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인다. 남편이 “옷 샀네~”라고 말하면 머리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뭐야, 지금 나한테 옷 많이 산다고 하는 거야?” ”택배 오는 건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쓰는 생활용품이 대부분인데 내가 쇼핑 많이 하는 거로 오해하나?“ “신경 쓰이니까 가능하면 남편 출장 갈 때 택배 오도록 해야겠다.” 남편은 특별한 생각 없이 ‘옷 샀네’라는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 돈 관리를 따로 하는 두 사람은 괜히 필요 없이 상대를 의식한다.

결혼하면 이해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이 많다. 치약을 바르거나 양말을 정리하는 것 등 아주 사소한 문제부터 돈을 저축하고 투자하는 일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에피소드처럼 돈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왠지 발가벗는 것 같고, 비난을 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뻐기는 것 같이 보여 배우자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돈 문제와 관련한 소통은 행복을 원한다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매월 수입이 얼마고 지출이 얼마며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 서로 터놓고 소통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늘 불편할 뿐 아니라 함께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다. 돈 갈등을 예방하고 싶다면 먼저 소통하라. 소통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갈등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소통은 생각보다 유익하다.

통장 합쳐 미래 설계를

중앙일보

가지고 있는 자산과 수입을 합쳐 공동의 통장으로 관리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좋다. [사진 MY LIFE]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하고 나서 서로의 통장을 결혼시켜야 한다. 가지고 있는 자산과 수입을 합쳐 공동의 통장으로 관리하면서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 신혼부부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통장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은 서로 밝히지 않고 일정 금액만 공통 통장에 넣어서 살림 등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한다. 맞벌이하면서도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혼하면 맞벌이를 통해 더 여유가 생길 것이고, 필요 없는 경비를 줄여 저축과 투자를 하면 재산이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혼자 살 때보다 경제적으로 더 힘들고 어려운,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수입이 두 배가 되고 지출을 늘리지 않았는데도 늘어나는 지출, 늘지 않는 저축액, 점점 멀어져가는 내 집 마련이라는 꿈…. 통장을 합치지 않으면 이런 흐름을 뒤집기 힘들다.

사고 싶고, 하고 싶고, 해야 할 것을 10가지씩 적어보고 대화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그리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저축을 시작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이 불어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함께 만들어가고 늘어나는 실물 자산은 부부의 감정 자산을 유지하고 행복을 늘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득의 10~20% 선서 묻지마 지출 허락하라
중앙일보

소통하고 합치더라도 소득의 10~20% 내외에서 일정 부분은 묻지마 영역으로 남겨두자. [사진 freepik]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하고 합치더라도 나만의 영역을 조금은 남겨두는 것이 좋다. 소득의 10~20% 내외에서 일정 부분은 묻지마 영역으로 남겨두라. 살아가다 보면 서로 말 못할 사연도 생기고, 말하기 싫은 일도 생긴다. 그리고 그런 사연과 일에는 돈 문제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배우자가 이해하기 힘든 나만의 취미, 나만의 소비지출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마다 서로 피곤한 대화를 해야 한다면 통장합치기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소통’도 ‘통장합치기’도 ‘나만의 공간’도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참 많은 일이 새로운 가정 앞에는 기다리고 있다. 같이 있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멋진 가정을 만들고 싶어 결혼하지만 만만찮은 장애물들이 행복으로 가는 길에 버티고 서 있다. 평생 지켜야 할 돈 관리의 세 가지 원칙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부부가 소통하고, 통장을 합치고, 각자의 여유를 허락해 늘 행복하기를, 아들딸 많이 낳고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