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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시리아부터 핵감축까지…미러정상회담은 지구촌 난제종합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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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공식 양자회동

시리아·우크라·군축협정·북핵 등 의제…합의도출은 미지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에 나선다.

세계 각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강국 지도자 간 회담인 만큼 여러 갈등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의제 하나하나가 수년째 돌파구 없이 사실상 방치된 난제인 까닭에 어떤 사안에서도 가시적인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러시아 양측에서 아무도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자국 내 정치입지, 국제무대에서의 정통성 강화에 이용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을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슈퍼파워처럼 국내에 홍보하고, 자신을 외교적 기피인물처럼 몰아세운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완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제 자체가 지닌 무게가 무게인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지구촌 곳곳의 갈등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연합뉴스

7년째 내전중인 시리아…사망 35만명, 피란 수백만명



◇시리아 내전…종전 원하는 러시아·철군 고려하는 미국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부터 7년 넘게 지속하면서 35만여 명의 사망자, 수백만 명의 피란민을 내고 있다.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잔혹 행위, 정부군과 반군의 전쟁범죄 와중에 미국과 러시아는 계속 대립해왔다.

그러나 IS 격퇴전이 마무리돼가는 데다가 시리아 내전도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 쪽으로 승기가 기울자 변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 내전에 개입, 패전 위기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구원해 전세를 뒤집은 뒤 이제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에 출범한 미국에서는 IS 격퇴전을 명분으로 파병된 미군의 철수를 저울질한다는 보도가 최근 자주 나왔다.

시리아 내전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성향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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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정부군-친러시아 무장세력 교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해외 전쟁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서 빠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보장받고 미군은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가로 미국의 중동 내 최우방인 이스라엘이 가장 경계하는 이란의 시리아 내 세력확장을 억제하는 걸 돕겠다고 제의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이란이 시리아에서 쉽게 물러날 리가 없는 데다가 러시아가 이란의 세력을 억제할 실질적 방안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미국 외교정책은 시리아 내 이란 세력을 누르고 친서방 구역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군 주둔을 주목해왔다.

아사드 정권의 거취도 다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 정황을 들어 그를 '짐승'으로 불렀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아사드 정권에 대한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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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수소폭탄 폭발실험 장면



◇서방의 위신·러시아 경제의 미래가 걸린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그에 따른 갈등, 우크라이나 내전, 서방의 러시아 제재도 의제의 한 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병합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용인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더는 무기를 공급하지 말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경청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시아 성향을 주목, 크림반도 병합을 묵인하는 태도라도 보일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에 따라 러시아가 상실한 주요 8개국(G8) 지위를 회복시켜주는 방안도 거론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G7의 정상들이 모두 반대하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푸틴이 적이 아닌 경쟁자"라며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나토에 속한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이 크림반도 병합을 용인하면 대러 제재 근간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했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소련 시절 핵무기 포기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영토 보전을 보호받기로 했다는 점을 들어 나토가 도덕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기도 하다.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러시아에는 숙원이자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이기도 하다.

WSJ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을 최대한 자극해 자국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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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핵전력 자랑. 미 플로리다로 날아드는 핵미사일 프레젠테이션.



◇'핵전쟁은 피하자' 차세대 군축협정 재정비

크림반도 사태 이후 4년간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는 단절됐고,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설까지 더해져 상호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를 사고 있는 부문이 세계 핵무기의 92%(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추산)를 차지하는 두 핵보유국의 충돌 가능성이다.

실제 핵무기를 겨눌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기 관리 체계에 구멍이 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푸틴 대통령은 둘 다 공공연하게 핵전력 강화를 천명해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은 올해 2월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미국이 중대한 재래식 공격의 대상이 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푸틴은 올해 3월 대선 유세를 겸한 국정연설의 절반가량을 신형 핵무기 자랑으로 채우며 미국으로 날아가는 핵미사일 영상까지 보여줬다.

지구촌의 우려 속에 갑작스러운 위기를 느끼는 건 미국, 러시아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연합뉴스

"북핵문제도 미러정상회담 주요의제 될 가능성"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미러정상회담 의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군축이 가장 확실한 의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영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감축이 의제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핵 충돌을 막기 위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이행과 효력 연장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INF는 사거리 500∼5천500㎞의 지상발사 미사일을 금지하는 협정이다. 미국, 소련이 1987년 서명했지만, 현재는 서로 이 조약을 위반한다고 삿대질하고 있다.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은 버락 오바마 미 전임 행정부가 2010년 러시아와 체결한 것이다. 양국의 보유 핵탄두를 1천550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협정은 2021년 초 만료된다.

싱크탱크 러시아정책연구센터(PIR)의 아들란 마르고에프 러시아·핵비확산 담당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을 연장하는 게 우려를 해소할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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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급한 불' 북핵문제도 주요의제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중동, 우크라이나, 핵무기 감축 등을 정상회담 의제로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서는 북핵 문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상위 의제는 아니지만 상당한 관심을 얻으리라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유지와 관련해 러시아에 협조를 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과정에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공공연한 '숨구멍'으로 인식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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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하자 제재완화 움직임을 보였다. 또 두 나라는 지난달 29일 제재완화 필요성을 담은 유엔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했으나 미국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실질적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기존 제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여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로 경제에 타격을 받은 러시아가 동북아를 돌파구의 하나로 주목하며 대북제재 완화가 교역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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