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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은 빠졌지만…EPL 스타들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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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지난 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부동의 원톱으로 뛰고 있는 로멜루 루카쿠는 자신의 SNS에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NBA(미국프로농구) 올스타전처럼 EPL도 북부와 남부로 나눠 팬 투표로 올스타전을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그의 아이디어에 수많은 팬들이 동의했고, 가상 올스타를 선정하며 즐거운 얘깃거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루카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뜬금없는 월드컵 무대에서 실현될 전망이다. 아쉽게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뒤 3·4위전을 펼쳐야 하는 잉글랜드와 벨기에의 경기는 그 자체로 'EPL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EPL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서다. 23명 선수 전원을 EPL에서 뽑은 잉글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벨기에에도 루카쿠를 비롯해 케빈 더브라위너, 뱅상 콩파니(이상 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첼시), 마루안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EPL을 주름잡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양 팀 엔트리 46명 중 무려 34명이 EPL 선수니 말 다했다.

사실 이들의 만남은 서로 민망한 대결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튀니지, 파나마 두 약체팀과 함께 G조에 속했던 두 팀은 나란히 2승을 거두고 조별예선 3차전에서 만나 '눈치싸움'을 벌인 바 있다. 양 팀은 당시 힘을 빼고 주전 선수 일부를 벤치에서 쉬게 한 채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경우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강호를 만나지만 조 2위로 16강에 가면 콜롬비아, 러시아, 스웨덴 등 한결 쉬운 팀을 만날 수 있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3차전은 아드난 야누자이(레알 소시에다드)의 결승골을 지킨 벨기에의 1대0 승리로 끝났지만 두 팀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한 지금에 와서 당시 경기는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됐다.

물론 욕을 먹을 일까지는 아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각각 28년, 32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낸 만큼 여전히 뜨거운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3·4위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결승만큼 뜨겁지는 않아도 여전히 걸린 것이 많다. 잉글랜드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966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이후 1990 이탈리아 월드컵(4위)을 넘어 역대 두 번째 높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고, 우승 경험이 없는 벨기에 역시 1986 멕시코월드컵(4위)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노려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3위 팀에는 2400만달러(약 270억원), 4위 팀에는 2200만달러(약 248억원)가 주어지니 걸린 돈도 22억원에 달한다. 6골을 기록 중인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과 4골을 넣은 루카쿠의 득점왕 개인 경쟁은 덤으로 즐기면 된다.

역대 전적에서는 잉글랜드가 15승5무 1패로 벨기에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승부를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루카쿠는 물론 아자르 등 벨기에 '황금 세대'가 전성기에 올라 있어 실제 전력은 잉글랜드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가 잉글랜드 양쪽 윙백을 맡아온 키런 트리피어(토트넘 홋스퍼)와 애슐리 영(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부상을 입은 상황이기도 해서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회복 시간이 단 2일뿐이라 몇몇 선수는 뛰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도 이들의 3·4위전은 결승전 못지 않게 재미난 경기가 될 수 있다. 이미 EPL 무대에서 얼굴을 익혔고, 불과 2주 만에 재대결을 펼치는 만큼 '진검 승부'를 앞두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더브라위너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한솥밥을 먹는 잉글랜드 공격수 라힘 스털링을 두고 "잉글랜드 팬들이 왜 스털링이 부진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동료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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