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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베보다 심하다” 고립의 길 자초하는 '여성극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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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논란
“일베보다 심하다” 신성모독, 패륜까지
‘도덕성 결여’ 워마드 고립의 길 자초

남성혐오 온라인커뮤니티 ‘워마드(Womad)’가 공분을 사고 있다. ‘생물학적 남성’이라면 가리지 않고 적개심을 드러내던 워마드는 최근 종교로까지 조롱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 워마드 회원이 올린 성체(聖體)훼손 사진이 기폭점이었다. 교인(敎人)들에게 성체는 빵의 형상이지만, 본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의미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는 입장문을 따로 낼 정도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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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로고./조선DB


워마드 회원들은 거꾸로 갔다. “빵 좀 태웠다고 시끄럽다” “성체 불태운 회원이 큰일을 했다”라며 도리어 성체 훼손 행위를 감쌌다. 성경을 찢은 사진을 올리거나,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태우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워마드 회원은 “7월 15일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글을 써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잠자는 중년남성의 목에 식칼을 들이대는 ‘인증 사진’은 패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이 집 안에서 촬영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부친이나 조부에게 위해(危害)를 가했다는 추정이다. 워마드에 이 사진을 게시한 회원은 “잠자는 틀딱(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이라는 뜻의 비속어) 칼X 넣기 딱 좋다. 자고 있을 때 죽여버리면 네가 뭘 어쩔 건데”라고 썼다. 미성년자 성추행, 몰래카메라(몰카) 나체사진 유포로 경찰에 붙잡힌 워마드 회원들이 뉴스를 탔다.

신성모독, 패륜, 혐오논란이 잇따르면서 “워마드가 일베(극우성향 온라인커뮤니티)보다 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워마드를 폐쇄하라”는 취지의 요청이 205건에 달한다.

◇ ‘혐오 뒤집기’에서 폭력으로 발전
워마드는 성 소수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남성을 혐오한다’는 모토로 탄생했다. 2015년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성소수자,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 남성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분리됐다. 남성에 대한 무차별적 미러링(mirroring·혐오 되돌려주기)을 주장하는 회원들이 이주해 만든 극단적인 성향의 익명 사이트다.

2016년 1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카페로 시작해 2017년 2월 현재와 같은 웹사이트 형태를 갖췄다. 여성(woman)과 방랑자(nomad)의 합성어다. 하루 1만~2만명이 찾는다. 게시물이 하루 300여 건 올라오고 이 중 상당수는 남성 혐오 게시물이다. 워마드는 공지 글을 통해 “오직 여성인권만을 위한 커뮤니티”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미러링’은 여자가 당한 만큼 남자에게 되돌려준다는 개념이다. ‘김치녀(한국여성을 비하하는 말)’ ‘삼일한(여자는 사흘에 한 번 때려야 한다)’이라는 여성 비하 용어를 뒤집어 '꽁치남(돈 안 쓰는 치졸한 남자)' '숨쉴한(한국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패야 한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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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에 올라온 성체 훼손 사진(왼쪽 위),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워마드 회원이 칼을 겨누는 사진(오른쪽 위), 안중근 의사를 조롱하는 합성사진./워마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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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되돌려주기’는 현실의 폭력으로 발전했다.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안모(25)씨가 홍대 회화과 크로키 전공수업 도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을 워마드에 게시한 것이다. 사진을 접한 워마드 회원들은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어디 달렸는지 한참 찾았다’ 등 남성을 모욕하는 내용의 댓글을 다수 달았다.

“여성이 당한 피해를 갚아주겠다”며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강대 등 주요대학 남자화장실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몰카 사진이 무더기로 게재되기도 했다. 경찰은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나섰고, 홍대 누드모델 몰카범 안씨는 구속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워마드의 미러링은 문화적 테러리스트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서 “여성주의 이념은 희미해지고, 일베처럼 다른 집단에 대한 폭력을 놀이처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마드의 도덕성 결여,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폭력성향이 짙어지면서 워마드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페미니즘 단체들은 워마드의 미러링이 도를 넘어서자, 선 긋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워마드 성체훼손 논란이 비등했던 지난 11일 한국여성대표연합은 “워마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선언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씨는 “워마드는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선언한 지 오래됐다. 타인에 대한 폭력을 성찰하지 않는 것을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워마드의 ‘도덕성 결여’를 고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봤다.익명을 요구한 사회학과 교수는 “공존을 거부하고 타인에게 폭력만을 가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워마드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도덕성을 거부하는 혐오 표출은 여권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반감만 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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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가 마치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대중들이 페미니즘 자체에 실망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마드=페미니즘’이란 도식에 따라 페미니즘이 반(反)윤리적·폭력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전우용 한양대 연구교수는 여성인권 집회현장에서 나온 “문재인 재기해” 구호에 주목했다. ‘재기해’는 반(反)페미니즘 활동을 벌이던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투신해 죽으라” “쓸모 없이 목숨을 버리라”는 의미로 통한다. 성 대표가 2013년 ‘한강 투신’을 예고한 뒤 실제로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것을 희화화한 것이다.

전 교수는 “‘문재인 재기해’는 그들의 생각이 일베와 다름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워마드 같은 패륜집단이 한국 페미니즘의 선봉대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사회가 성(性)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해도, 패륜집단을 선봉으로 삼아서는 결코 (페미니즘 진영이)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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