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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오피스텔 그렇게 짓더니… P2P 부실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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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현석(32)씨는 경기도 안산에 관광호텔을 짓는 시행사에 대출해주는 P2P(개인 대 개인) 상품에 가입했다가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연 18%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시행사 설명에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호텔 건립 자체가 무산되면서 원금과 이자가 제때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계획상 호텔은 2016년 9월 착공 예정이었다.

회사 측은 오피스텔 사업으로 전환해 허가를 접수할 예정이라면서 송파구 방이동 오피스텔·상가 보유분을 분양해 대출금을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이씨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이 상품을 내놓은 P2P 업체의 부실률은 27%에 달한다. 부실률은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뜻한다. 최악의 경우 원금마저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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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둔화로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에 대출하는 P2P상품의 상환이 연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DB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그동안 공급이 넘쳤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이들에 투자한 P2P 대출에서 부실이 터지기 시작했다.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돼 예상했던 만큼의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가 하면 매달 투자자에게 나와야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체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발(發) 위축이 P2P업체로 번지는 것이다.

분양형호텔이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그동안 투자 수익률이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보다 높았다. 때문에 은퇴자나 높은 이자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때마침 부동산시장 호황과 맞물리면서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공급량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 등으로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전국에 3만3177만실의 오피스텔이 입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6%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에는 4만3981실에 입주할 예정이다.

공급이 넘치다 보니 임대수익률은 하락 중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연 5.15%로, 2007년 상반기(6.92%) 조사 이후 11년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우려로 임대수익률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호텔업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불거진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었는데, 호텔 공급은 크게 늘어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1617개 호텔이 있다. 객실만 14만3416실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417만여명으로 2016년 807만여명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P2P업체서부터 부동산발 부실이 하나둘씩 터지는 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규모 건설업체가 P2P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P2P대출 잔액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43%, 부동산은 23%를 차지했다. 개인과 법인 등 신용대출은 17% 정도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부동산 분야에 대출이 집중된 셈이다.

게다가 깐깐하게 심사를 보는 제1금융권과는 달리 일부 P2P업체의 경우 건설업에 대한 이해와 심사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도 부족하다. 심지어 수십여건에 이르는 대출을 3~4명이 처리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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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관광호텔에 투자하는 P2P상품은 업체 측이 호텔 건립 계획을 접으면서 대출 상환이 연체 중이다. /독자 제공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P2P시장에서 드러난 부실은 시작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두드러지게 침체하고 있어 소규모 건설사·시행사가 버틸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P2P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업체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투자자는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하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월 81.9로 전달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건설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며,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건산연은 “CBSI는 발주가 증가하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지수가 6월까지 회복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두 달 연속 부진하다”며 “정부 규제로 기업 심리가 악화된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야 상환능력이 좋은 건설·시행사가 P2P시장에 진입해 연체율을 떨어뜨릴 수 있을 텐데 최근에는 시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면서 연체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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