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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헌팅 방송, 안티 페미니즘 강의… '여혐' 브랜드 삼는 BJ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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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④] BJ 편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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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방송은 특히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20 세대에게 마음에 드는 유튜버 혹은 BJ를 구독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2016년 기준)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4명 중 1명이 인터넷 개인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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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시즌 2 마지막 강의 'BJ 편'이 열렸다.

강연자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을 중심으로 성행 중인 인터넷 개인 방송(이하 1인 방송)을 연구해 온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였다. 김 교수는 1인 방송이 '자신을 홍보하고 판매해야 하는' 특성을 보인 점을 우선 언급했다.

그는 "아프리카TV 별풍선, 유튜브 광고 수익 등을 직접 받는 것이라 자기 스스로 판매해야 하는 산업 중 하나다. 그래서 셀프 브랜딩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를 재밌게 볼 만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홍보해야 사람들이 들어와서 돈을 내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를 노릴수록 논쟁적인 주제나 논란을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인 방송의 문제'라고 주로 다뤄져 왔던 것은 심한 신체 노출과 성적인 주제를 앞세우는 선정성이나, 비위를 상하게 하는 괴상함 혹은 엽기성이었다. 성 차별적이고 여성혐오를 공고하게 하거나 확산하는 콘텐츠는 진지하게 논의되지도 못한 것이다.

김 교수는 "톱 BJ들은 선정성, 폭력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약한 수준의 성차별 발언은 있을 수 있어도. 그래서 관련 기관에서 모니터링을 해도 이런 차원(성차별)의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는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이 유튜버라고 하지 않나. 그만큼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은 보는 데만 본다는 게 중요하다. 1천 명, 몇백 명만 본다고 해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안티 페미니즘이 장사가 된 것을 알아챈 사람들이 있고, (방향 전환을 통해) 구독자와 뷰(view) 수가 늘어난 사람들이 있다"며 "시청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런 채널이 많아지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거기 나오는 얘기를) 보고 믿는다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 지금 1인 방송에서 일어나는 일

김 교수는 문제 콘텐츠 유형을 △몰래카메라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이나 여성혐오 강화 △성희롱과 성차별 표현 일상화 △'내 생각에는' 콘텐츠 △뉴스와 시사 방송 △폭력과 혐오 선동 방송 등 6개로 분류했다.

우선 몰래카메라는 요즘 화두로 떠오른 불법촬영과는 다르다. 촬영하는 사람이 뜻에 따라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 반응을 보는 것이다. 찍히는 사람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하는 '연인 몰카'도 있지만, 다짜고짜 행인에게 특정 상황을 주고 반응을 유도하는 방송도 많다. 예를 들어 번화가에서 행인의 신체를 접촉해 놓고 반응을 본다든지 하는 것이다. 헌팅 방송도 무작정 사람을 붙잡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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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아 교수는 현재 1인 방송에서 발견되는 문제 콘텐츠 유형을 △몰래카메라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이나 여성혐오 강화 △성희롱과 성차별 표현 일상화 △'내 생각에는' 콘텐츠 △뉴스와 시사 방송 △폭력과 혐오 선동 방송 등 6개로 분류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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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행인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여성에게만 (시도)한다. 채팅창에서는 그 여성이 어떻다는 얘기를 하고. 왜 여성만 대상으로 삼을까. 여성이 볼거리라는 것"이라며 "여성의 얼굴을 완전히 노출하지 않거나 동의를 받았다고 하는 등 초상권 침해 요소를 피해가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방송은 여성을 객체화하는 것으로 (여성을) 자율적인 주체로 안 보는 시각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콘텐츠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진입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시청하는 사람이 적다고 무시해 버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여성혐오를 강화하는 콘텐츠의 대표적인 예는 남성 관점에서 ‘김치녀’를 만들어 놓고, 이를 처벌해 '정의 구현'하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이미 저 사람이 김치녀라는 것을 사실로 여기고, (콘텐츠를 통해) 확증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콘텐츠는 가장 명확한 여혐 콘텐츠다. 실제 상황이면 그냥 지나가다 찍은 거니까 괜찮고, 조작이라면 이미 상황에 대해 합의했고 조작이라는 걸 밝혔으니 괜찮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가 '내 생각에는'이라고 표현한 '의견 방송'은 주로 안티 페미니즘을 전파한다. 김 교수는 "안티 페미니즘이 새로운 셀프 브랜딩 전략의 하나가 된 것"이라며 "읽기 문화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십대들은 페미니즘이 뭔지 이런 채널로 배우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뉴스와 시사 방송을 표방하며 특정 사안에 대해 성차별적 편견을 여과 없이 방송하는 콘텐츠, 직접적인 폭력과 혐오를 선동하는 콘텐츠를 문제가 있는 콘텐츠로 소개했다.

◇ 여성혐오 강화하는 1인 방송이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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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시즌 2 마지막 강의 'BJ 편'이 열렸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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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여성의 신상을 동의 없이 공개하고, 공론장에서 페미니즘 관련 발화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며, 공포를 확산하고, 차별에 대한 항의 발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이런 문제 콘텐츠의 부정적 효과로 바라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 차별적 내용에 힘을 보태는 데에 특유한 '시청자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남성 중심적 문화가 시청자 문화이자 문법으로 여겨지며 하위문화(서브컬처)의 특수성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여성 외모 품평, 외설적 표현 등이 B급 유머나 친밀감 형성을 위한 것으로 인식돼, 문제 되지 않는다고 간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국내법이나 제도로는 이런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다.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를 넓게 바라보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아프리카 TV 등 다른 방송들도 성차별 문제를 신고하고 시정 요구할 수 있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다양한 목소리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1인 방송의 장에서, 혐오 표현 콘텐츠가 더 많이 존재한다면 이곳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러면 그 장의 분위기는 더욱더 굳어진다"면서 1인 방송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차별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 않으면 (성 차별적) 발화와 댓글을 막을 수 없다"며 "개인이 다른 개인의 법익을 침해한다는 개념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떤 수준(의 혐오 표현)은 안 된다는 문제로 가져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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