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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서소문사진관]교도소가 관광 코스? 팔라완 이와힉 교도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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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손꼽히는 팔라완을 찾는 관광객들은 시티투어 코스에 ‘교도소 투어’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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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팔라완 이와힉 개방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10일 관광객 앞에서 가수 싸이의 '마더파더 젠틀맨'과 모모랜드의 '뿜뿜'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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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팔라완 이와힉 개방 교도소 죄수들이 10일 관광객 앞에서 가수 싸이의 '마더파더 젠틀맨'과 모모랜드의 '뿜뿜'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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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여행 가이드를 향해 질문이 쏟아진다.

“진짜요? 교도소를 간다고요? 왜요?”

팔라완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에서 차로 30분을 달리면 이와힉(Iwahig) 교도소에 이른다.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 풍경은 시골 농촌이다. 교도소 내에 들어와서도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소들이 풀을 뜯고 염소와 닭들이 뛰어놀고 있다. 개들도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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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팔라완 이와힉 개방 교도소 입구에 환영 간판이 보인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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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정문에는 방문객을 환영한다는 커다란 간판이 걸려있다. 여행객을 태운 차가 정문 앞에 잠시 멈춰 서고, 총을 든 무장 경비대원이 차에 올라와 내부를 둘러본다. ‘여기가 교도소구나’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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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팔라완 이와힉 개방 교도소 입구에서 총을 든 교도대원이 관광객이 탄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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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내부를 살핀 경비대원이 내리면 차는 다시 교도소 안으로 움직인다. 교회인 듯한 건물과 넓은 운동장이 보이고, 한쪽에선 음악 소리가 들린다. 차에서 내려 음악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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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관광객들 앞에서 가수 싸이의 '마더파더 젠틀맨'과 모모랜드의 '뿜뿜'에 맞춰 공연을 하고 있는 필리핀 팔라완 이와힉 개방 교도소 죄수들.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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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이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가수 싸이의 “마더 파더 젠틀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관광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공연을 지켜보며 손뼉을 쳤다. 모모랜드의 '뿜뿜' 춤도 이어진다. 관광객들의 사진 세례와 박수를 받은 공연팀도 즐거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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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죄수가 팔라완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에서 자신이 키우는 닭을 보여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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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이곳에 들어와 34년을 보내고 있다는 한 수형자는 자신이 키우는 닭을 자랑하며 관광객에게 건넨다.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또 간식거리를 가져와 파느라고 열심이다. 이렇게 펼쳐진 모습은 어느 시골 관광지 풍경과 전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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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 죄수들이 관광객들에게 자신이 만든 먹거리를 팔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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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이와힉(Iwahig) 교도소는 죄수들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04년 미국 정부가 처음 만들었고, 한 세기가 지나면서 현재의 개방형 교도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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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 죄수가 자전거를 타고 관광객들이 타고온 차량 사이를 지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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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키우는 소.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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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6000㏊의 광활한 대지에 세워진 교도소 안에서 죄수들은 자유롭게 활보한다. 낮에는 형벌농장에서 노동하고, 주말에는 계곡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고기를 구워주기도 한다. 자신들이 만든 기념품이나 간식거리를 관광객에게 팔기도 한다. 이렇게 번 돈으로 교도소 안 상점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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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 운동장.변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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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 내 종교시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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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자 모범수가 수용된다. 죄목에 따라 수형자의 옷 색깔은 오렌지색, 파란색, 황토색 등으로 구분된다.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 살 수도 있다. 술은 금지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수도 있다. 전혀 교도소 같지 않은 교도소인 셈이다. 심지어 성실함을 인정받은 모범 수형자는 교도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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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힉 개방형 교도소 내 죄수와 관광객.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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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곳,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다지만 여전히 이곳은 그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이다. 수형자 개인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짧은 시간 교도소를 돌아보고(관광하고?) 나서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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