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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유연근무-시간선택제 활용… 주 52시간 도입 충격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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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근로시간 단축 사례 발표회

동아일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사례발표회에서 이택진 이마트 급여후생팀장이 근로시간 단축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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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시에서 자동차 정비 공구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프론텍은 2013년경 고민에 빠졌다. 현장 근로자 중에는 외국인 근로자, 일용직 비율이 높은데 제품의 품질이나 생산성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점차 회사의 경영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고심 끝에 프론텍이 찾은 대안은 여성 근로자였다. 종일 일하는 남성 근로자 대신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는 ‘시간선택제’ 여성 근로자를 고용해 작업 라인 개선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1개 생산 라인에만 시범 적용하다가 성과가 좋아 전체 생산 라인으로 확대했다. 이후 사무직, 기술직, 제조혁신 관리직에도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주 52시간 근로 도입 때문에 기업마다 혼란이 크지만 이미 여성 근로자와 시간선택제로 선제 대응한 프론텍은 큰 걱정이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근로문화 혁신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이를 정착시킨 기업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여성 근로자와 시간선택제로 근로시간 효율화를 이끌어 낸 프론텍은 더 나아가 첨단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공장을 추진 중이다. 공장 운영 관리를 전산화하고 실시간 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설비와 작업자를 모니터링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성을 더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KT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제도와 인프라를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복무관리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과거에는 직원들의 근무 관리를 하루 단위로 했는데 이를 시간 단위로 세분화했다. 업무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체크하는 식으로 개개인의 근로시간을 분(分) 단위까지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기록된 근로시간을 토대로 연장 근로시간까지 관리했다. 업무시간 외에는 업무시스템에 아예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초강수’도 뒀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업무 자체를 효율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병행했다. 회의, 보고, 리더(상관), 지시, 업무 집중을 ‘5대 영역’으로 지정해 불필요한 것들을 없앴고 연장 근로가 많이 필요한 직무에는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미 올해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를 위해 우선 ‘PC 셧다운제’를 운영했다. 정해진 근무시간 이후에는 모든 직원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 그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려면 사유와 함께 임원 및 부서장의 승인을 받은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장 근로가 많으면 해당 부서장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간다.

‘업무 슬림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부서별로 중요한 업무부터 순위를 매기고 불필요한 하위 업무를 줄였다. 회의 시간은 무조건 1시간 이내로 단축했고 보고는 과다한 문서보고보다는 간단한 구두보고, 메모나 유선 방식을 최대한 쓰도록 했다. 그 결과 원래 매주 약 3번, 2시간씩 열리던 회의가 지금은 주당 1.5회, 1시간씩으로 줄었다.

3월부터는 유연근무제도 도입했다. 해외업무 담당, 재무 부서 등 특수한 성격의 부서는 특성을 고려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시간이나 출퇴근시간을 각자 사정에 맞게 미리 정해 실천하도록 한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에 난관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방식을 점검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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