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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방출원 첫 확인…'중성미자 천문학'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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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동 아이스큐브연구단 "37억광년 밖 천체 '블레이자'서 방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천체물리학 국제공동연구단이 어떤 장비로도 관측이 어려워 '유령입자'로 불리는 '고에너지 중성미자'(high-energy neutrino)를 내뿜는 천체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는 중성미자를 통해 우주를 연구하는 '중성미자 천문학'의 개막과 함께 빛, 전파, X선, 감마선, 중력파, 중성미자 등 다양한 신호로 우주를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이 더욱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12개국 49개 연구기관 300여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아이스큐브 연구단(IceCube Collaboration)은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공개한 논문 2편에서 지난해 관측한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방출한 천체가 지구에서 37억광년 떨어진 천체인 '블레이자'(blazar)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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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아이스큐브 중선미자 관측소 전경



아이스큐브연구단에는 성균관대 물리학과 카르스텐 로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도 참여해 고에너지 중성미자 탐색, 간접적인 방법을 통한 암흑물질 탐색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번 논문에도 연구팀 6명이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연구결과는 남극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가 지난해 9월 22일 고에너지 중성미자 하나를 검출한 뒤 즉시 미항공우주국(NASA)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과 카나리아제도의 감마선영상체렌코프망원경(MASIC) 등 세계 각국에 후속 관측을 요청, 이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방출한 것이 이미 알려져 있던 블레이자(TXS 0506+056)라는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높은 에너지를 띤 입자들이 우주에서 살아오는 우주선(cosmic ray)은 100년 이상 전부터 관측됐지만 이런 입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수십억 광년 우주를 날아오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주선 중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고 일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으며 질량도 매우 작아 검출이 어렵기 때문에 '유령입자'로 불린다. 전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이동경로가 휘어지지 않아 날아온 방향을 역추적하면 방출원을 찾아낼 수 있지만 검출 자체가 어려운 게 문제다.

지금까지 밝혀진 중성미자 방출원은 태양과 초신성 1987A뿐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는 지금도 지구와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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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상상도



하지만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가 지난해 9월 검출한 중성미자는 태양이나 초신성 1987A에서 방출된 중성미자보다 에너지가 수십만배 이상 강한 300TeV의 고에너지 중성미자다.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만드는 에너지(6.5TeV)보다 40배 이상 강하다.

이런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검출 자체도 어렵지만 그 근원 역시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남극 아문센-스콧 기지 지하 1.5㎞에 부피 1㎦의 얼음 속에 구멍을 뚫고 광센서 5천160개를 설치한 것이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다.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반응할 때 나오는 빛을 감지해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한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는 지난해 9월 22일 고에너지 중성미자(IceCube-170922A) 1개를 검출하고 날아온 방향을 확인한 뒤 즉시 세계 각국의 대형 망원경에 방출원으로 추정되는 천체를 관측하도록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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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선과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블레이저



방출원으로 추정된 천체는 오리온자리 방향으로 37억광년 떨어진 블레이자 TXS 0506+056이었다. 블레이자는 중심부에 빠르게 회전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고 회전축 방향으로 강력한 감마선을 방출하는 천체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로부터 요청을 받은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 감마선영상체렌코프망원경,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멀티메신저 관측네트워크(AMON) 등은 후속 관측에 나섰고, 관측 자료 분석 결과 강력한 감마선을 내뿜는 블레이자 TXS 0506+056이 바로 고에너지 중성미자 방출원임을 확인했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선임과학자인 프랜시스 할젠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는 이번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광학, 전파, X선 망원경 등이 동시에 관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연구는 다중신호 천문학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신호 천문학은 똑같은 천체나 천문현상을 광학, 전파, X선, 감마선, 중력파, 중성미자 등 다른 신호를 통해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각각의 신호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종합하면 블랙홀이나 초신성폭발 같은 현상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는 "이 연구는 감마선을 내뿜는 블레이자가 고에너지 중성미자 방출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금까지 성공을 거둔 광학-감마선-중력파 동시 관측에 더해 감마선-고에너지 중성미자 동시 관측까지 성공함으로써 다중신호 천문학이 또 하나의 큰 성과로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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