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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삼바 분식회계’ 핵심 쟁점 피한 증선위, 금감원에 책임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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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증선위, 공시 누락만 결론

에피스 ’종속→관계사’ 변경 관련

금감원 “2015년 시장가 산정 잘못”

증선위, 회계처리 맞는지 판단 없다며

분식회계 결론 없이 재감리 요청

바이오 상장폐지 위기는 벗어나

“콜옵션 공시했다면 삼성합병 불가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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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의 핵심 쟁점에 대한 결론을 못 내린 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가 종결됐다. 이로써 지난 5월17일 1차 감리위원회를 시작으로 감리위 3회, 증선위 5회 등 56일간 진행된 삼성바이오 사태의 ‘숨은 그림’ 찾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선위가 결론 유보의 책임을 사실상 금융감독원에 떠넘기면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피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증선위가 12일 임시회의에서 고의적 회계기준 위반으로 결론 내린 것은 ‘공시 누락’뿐이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지분의 절반이 바이오젠에 넘어갈 수 있다는 콜옵션을 공시했다면 삼성바이오의 가치도 줄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방법 부당변경을 통해 투자 주식의 가치를 임의로 부풀렸다는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결론을 유보했다고 말한다. 이에 감리조치안 수정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이 거부해 일단 기존 조치안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의결했다는 것이다.

금감원과 근본적인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은 2015년에 에피스 지분의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것을 빌미로 지분 가치를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높인 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증선위는 어떤 회계처리 방법이 맞는지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감원 조치안의 근본 취지는 회사가 회계처리 방법을 달리 선택하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느 길을 가야 했는가보다 교통사고를 낸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도 기업가치가 올랐다는 주관적 판단에 의해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다면 상당수 다른 바이오 기업들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회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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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가 심의 범위를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논점을 흐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부터 관계회사로 봐야 했다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마치 삼성바이오가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뒤늦게 변경한 게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인식을 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증선위가 큰 그림보다는 국제회계기준 해석에만 집착했다는 정황은 또 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이날 삼성그룹 승계구도 문제 논의 여부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관된 회사의 2014∼2015년 합병이나 상장 등에 대해서도 전부 봤다”면서도 “증선위는 회계처리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심의했다”고만 말했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의 연결고리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그러면서 증선위는 금감원에 사실상 새로운 감리와 조치안을 주문했다. 금감원 감리 결과가 증선위에 보고된 뒤 2015년 전후 사실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해 위법 여부의 최종 조처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증선위의 기존 시각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회계와 법률적인 문제를 전체적으로 검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날 시민단체는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공시 누락만 ‘고의’로 의결하고 그 의도와 파급효과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콜옵션 공시 누락은 감리위원회가 이미 7:1로 ‘고의 분식회계’로 의결한 것으로, 공시 누락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선위는 이날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지만 삼성바이오는 일단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주석 공시 누락은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 관련 공시를 한 삼성바이오의 매매거래를 오후 4시40분부터 정지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거래정지는 13일 오전 9시 해제된다. 이날 증선위 결정이 알려지자 삼성바이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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