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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 총리에 “앙겔라, 당신!”…험악한 나토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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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 정상회의에서 성 대신 이름 부르며 압박

메르켈, 회의 직후 “아주 치열한 회의였다”

국방비 상향 압박에 나토 사무총장은 ‘쩔쩔’

EU 상임의장 “미국은 동맹을 존중하라”고 경고



29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가한 11~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폭탄을 맞은듯 정신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 회의에서 학생들을 꾸짖는 교사마냥 행동했는데, 이번에는 회의·트위터·기자회견이라는 수단을 총동원해 맹공을 가했다.

특히 주요 타깃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곤욕을 치렀다. <로이터> 통신은 회의 관계자를 인용해,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성이 아니라 이름을 부르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며 “앙겔라, 당신”, “앙겔라, 이 문제에 관해 뭔가를 하란 말이오”라며 압박을 가했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의 뒤 “아주 치열한 회의였다”고 기자들한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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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예정에 없던 임시 회의까지 소집했다. 수행원들을 물리고 정상들만 참가한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벨기에 총리도 거명하며 몰아붙였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전날 나토의 ‘대주주’인 그에게 조찬을 대접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만남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나라가 우리한테 엄청난 돈을 빚졌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여러 회원국이 지난해 국방비를 늘렸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왜 지난해에야 그랬냐”고 물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당신의 지도력 덕분”이라며 아부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심하게 헐뜯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사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한다며, “독일은 러시아에 완전히 조종당한다”, “러시아의 포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1시간 동안 회담한 뒤에는 “총리와 아주 관계가 아주 좋다. 독일과 굉장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언제 그랬냐는듯 친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나토 본부를 떠나면서 “독일이 가스와 에너지 값으로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지불하면 나토에 좋을 게 뭐냐”는 트위터 글로 뒤통수를 쳤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소련의 통제를 받은 동독 출신이라고 밝히며 “우리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하는 식으로 반박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러시아의 포로도 미국의 포로도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백악관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제의를 거부했을 때부터 두 정상은 불화설을 겪어왔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11일 기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는 말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맙다. 아주 고맙다”며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친애하는 미국, 동맹을 존중하시오. 그러지 않으면 많은 동맹이 사라질 것이오”라고 경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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