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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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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4년 끈 교육청의 교육부 상대 소송 ‘청구 기각’

“학생에 미치는 영향 커 신중”…자사고 재평가도 잘못

경향신문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내 6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해 내린 지정취소 처분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둘러싸고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4년 가까이 벌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교육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권취소 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12일 서울시교육감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10월 자사고 재평가를 한 뒤 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6개 고등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교육청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고, 조 교육감은 다시 교육부 직권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한 옛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였다. 교육부는 ‘사전 협의’는 곧 ‘사전 동의’를 의미하므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마음대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자사고 지정취소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교육부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자사고 제도는 국가 교육정책과도 긴밀하게 관련되며 재학생들과 그 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사고 지정취소 때 교육부 장관과 미리 협의하게 한 것은 재량을 절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사고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동의 여부와 별개로 대법원은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지정취소의 전제가 된 ‘자사고 재평가’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조 교육감은 자신이 취임하기 전 이미 진행된 평가를 뒤집고 취임 후 새 기준에 따라 재평가를 했는데 이를 해당 자사고들이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새 기준에 추가된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배점 15점) 항목도 사실상 서울시교육청의 주관적 평가라고 봤다.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부하에서 교육청의 자사고 설립 운영에 관한 권한의 재량 폭을 둘러싼 행정기관 간의 갈등에 대해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혹여 대법원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과잉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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