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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302g 생존 한계 이겨낸 ‘사랑이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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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소 미숙아, 서울아산병원서 치료 끝 3㎏으로 퇴원

지난 1월 말, 서울아산병원 분만장에서 국내 사례 가운데 가장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출생 당시 체중 302g, 키 21.5㎝로 이름은 이사랑. 이 아이가 생존할 확률은 1%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생아팀 의료진의 초긴장 속 보살핌으로 5개월여 치료 끝에 3kg으로 성장해 퇴원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이하 초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가 169일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견디고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신생아팀에 따르면 사랑이는 엄마의 배 속에서 자란 지 6개월 만에 태어났다. 국내에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생존한 초미숙아 중 가장 작은 사례는 380g이었다. 외국에서도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01명의 미숙아들이 등록돼 있다. 사랑이는 26번째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사랑이 엄마는 인공수정으로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이 생겨 임신 24주5일 만인 지난 1월 25일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제왕절개로 사랑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생존이 불투명한 난관의 연속이었다. 사랑이는 허파꽈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다. 기관지 속으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으며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정도였다. 태어난 지 일주일째에는 몸속에 머금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져 생존 한계를 넘나들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어 의료진은 늘 초긴장 상태였다.

세계일보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로 태어난 사랑이의 어머니 이인선씨가 사랑이의 100일에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그럼에도 주치의 정의석 교수를 비롯한 신생아팀은 그동안 쌓아 온 미숙아 치료 경험과 노하우로 사랑이의 생존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고, 출산 후 한 달간 몸이 불편한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져와 사랑이를 응원했다. 그 정성 덕에 사랑이는 미숙아에게 흔한 괴사성 장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600g 정도까지 자랐을 무렵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이후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며 어느덧 3㎏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12일 퇴원했다.

이병섭 신생아과 과장은 “최근 국내 출산율이 급감하고, 미숙아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미숙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 한 해에 태어나는 1.5㎏ 미만 극소 저체중 미숙아는 3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20여 년 전 약 1000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3년(2014~2016년) 동안에는 16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출생했으며, 생존율은 28%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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