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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협동조합 활성화는 지역경제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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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이 땅의 농업인과 함께하기 위해 농업계 학교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농업협동조합에 입사해 40년간 재직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농업인’, ‘협동조합’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울렁거리는 것을 보면 천직을 선택했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낀다.

지난 7일은 96번째를 맞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이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은 1884년 영국의 로치데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시작됐다. 산업혁명 시기에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으로 인한 생활고를 극복하고자 물품을 공동구매해 구매단가를 낮추었다. 이렇게 시작한 협동조합이 이제는 107개국, 307개 회원기관, 76억 세계인구의 6분의 1인 12억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세계 최대의 비정부 기구로 성장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미국 AP통신과 선키스트, 스페인 FC바르셀로나가 모두 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설립된 농협, 수협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협동조합이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1만35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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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주식회사보다 자본금 조달에 한계가 있는 협동조합이 꾸준히 성장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가 조합원 참여에 따른 이용고배당, 차별을 두지 않는 민주적 운영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필자는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7대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충실하게 운영해 온 것이 오늘과 같이 성장한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협동조합 7대 원칙 중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원칙이 주목받고 있다. 2016년 한국농협을 방문한 모니크 르루 전 ICA 회장도 “협동조합의 첫번째 가치는 지역사회 기여에 있다”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농업을 비롯한 보험, 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4만개의 협동조합이 20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캐나다의 데자르댕 신용협동조합은 지역투자 기금을 조성해 지역의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협동조합과 지역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성장을 통해 선진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도·농 간 균형발전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66%에 이르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현실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역 간 균형발전 방안의 하나로 협동조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담고 있는 농협만 보더라도 지역사회와 공생하며 성장하고 있다. 주식회사가 꺼리는 울릉도, 백령도 같은 지역에도 농업인이 있다면 점포를 개설해 생활물자 공급과 금융을 지원하고, 의료·문화사업을 전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한다면 구성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6월 13일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단체장이 선출되고 의회가 구성됐다. 지역민에게 선택받기 위해 밤낮없이 뛰느라 지친 심신에 휴식이 필요할 듯도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분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럴 때 협동조합 활성화를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안의 하나로 채택해 보길 적극 권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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