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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고]종부세, 균형발전의 종잣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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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전국 243개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지역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상황이기에 그만큼 주민들의 기대 수준도 높다.

경향신문

얼마 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세제 개편으로 약 7400억원만큼 세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폭 감소된 것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알맹이가 빠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리고 종부세는 그냥 일반적인 세금이 아니다.

종부세 제도의 개편은 ‘균형발전’의 틀에서도 해석해야 한다. 이 세금은 지역 양극화에 대응하는 균형발전의 종잣돈이다. 종부세로 거둔 세금은 부동산교부세 제도를 통해 지방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일반재원으로 전액 배분된다. 부동산교부세는 세금이 아니라 지방재정을 지원하는 일종의 교부금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와 부동산교부세 제도를 패키지로 만들었다. 종부세는 계층 간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지방세인 종합토지세와 재산세 일부가 종부세로 전환됐다. 종부세는 국세청에서 징수하는 중앙정부의 국세다. 수치상으로 국세가 증대되고 지방세가 감소됐다. 하지만 종부세의 국세 수입은 지방재정의 부동산교부세 제도를 통해 전액 지방으로 배분된다. 이에 따라 총액에서 지방재정의 실질적 규모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으로 각종 복지수당을 지급하고, 문화·체육시설을 운영하는 등 주민과의 최접점에서 지방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자체 예산에서 자체 수입의 비율인 재정자립도가 평균 31.2%에 불과한 시·군·구 입장에서는 알토란 같은 돈이다.

부동산교부세는 낙후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배분된다. 재정여건이 열악하고 사회복지 수요가 많은 곳에 재원이 더 배분될 수 있는 제도다. 작년에 부동산교부세(종부세)는 1조500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75%가 비수도권 지역에 배분됐다. 국가 경제발전의 이득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은 개발에서 소외됐고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지역격차에 대응해 지리적 정의를 높일 수 있는 재원이 부동산교부세다.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늘어날 재원 역시 비수도권 지역에 더 많이 지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기준을 대입해 보면 7400억원 중 5500억원 정도가 된다. ‘침체’를 넘어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비수도권의 재정 열악지역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돈이다.

벌써 7번이나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대표를 뽑았지만 아직도 반쪽 자치, 껍데기만 남은 자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지방의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이다. ‘돈’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실감한 단체장의 다음 행보는 중앙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모아진다. 국고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것은 분권이 아니다. 지역주민의 눈높이로 사업을 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정답 맞히기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런 사업에 주민이 들어설 여지는 줄어든다. 분권시대에 자치의 발길은 주민을 향해야 한다.

종부세를 지역에 배분하는 부동산교부세 제도에서는 지방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꼬리표 없는 돈으로 지역에 배분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주민의 눈높이에서 사업을 설계하고 재원을 투입하면 된다. 지역의 청년들이 고향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게 일자리와 창업공간을 지원할 수도 있고, 지역에 꼭 필요한 맞춤형 복지도 만들 수 있다. 선거기간 동안 주민들과 약속한 일들에 대해 단체장이 좀 더 책임 있게 집행하고 결과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소중한 종잣돈이 알뜰하게 사용돼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성과의 과실이 맺어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갈등도 완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원 부경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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