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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전의령의 동물이야기] (6) 재건축 아파트에 남겨진 길냥이들…도심 외딴섬 ‘난민’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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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냥이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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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 중 하나는 최근 제주도를 통해 입국한 500여명의 예멘 난민 문제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입장보다는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와 난민법을 폐지하고 난민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수록 기울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와 같은 입장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으며, 그 속에서 정작 예멘인들이 난민이 된 구체적 상황은 비가시화되고, 이들이 단지 이슬람권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근본주의와 테러 또는 여성 인권의 억압 등 이슬람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만 계속 재생산되고 있는 듯하다.

프랑스어에서 ‘난민’(refugie)이라는 말은 원래 16세기 스페인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건너간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20세기 들어서 이 말은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면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재정의된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많은 이들은 종교적·정치적 이유 외에 경제적·환경적·사회문화적 이유로 난민이 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남반구의 국가들에서 이루어지는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또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많은 이들을 준난민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한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의 터전에 안전하게 머무를 수 없게 되었을 때 난민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주 나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마치 난민과 같이 갑자기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길고양이들을 돕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1980년 지어진 서울의 대표적 대단지 아파트 둔촌주공의 재건축이 현실화되면서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아파트에 남겨진 150여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옆 동네로 안전하게 이주시키고자 결성된 시민모임 ‘둔촌냥이’(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7821)다. 무려 5900여가구가 떠나고 남겨진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설치된 펜스로 둘러져 있었다. 베어낸 고목들과 버려진 살림 도구들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수풀 속을 길고양이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 보였다.

한 ‘둔촌냥이’ 멤버는 다른 곳을 찾아 이사하거나 재건축 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주민들’과 달리 갈 곳이 불확실해 생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이곳 길고양이들의 상황을 ‘재난’으로 정의했다. 처음 이 말이 다소 생소하게 들렸던 나는 단지 내 길고양이들의 많은 수가 십수년간 이어진 아파트 주민들의 돌봄에 의지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길고양이의 안전한 이주라는 새로운 질문

밥을 주고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떠나고 완전히 철거되어 재개발될 공간에 여전히 살고 있는 동물들의 생사 여부가 최근 부쩍 무시 못할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재개발이 검토되어 주민들의 상당수가 떠난 서울의 백사마을에 남겨진 개들이 구조되거나 입양되고 있으며, 재개발은 아니지만 원전 사고 이후 일본 후쿠시마에 버려진 동물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둔촌냥이’는 전국적으로 재개발을 포함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이 현재 1500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개발과 동물복지’라는 문제의 중요성, 특히 둔촌주공 길고양이들의 이주가 좋은 선례가 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재개발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주되거나 구조되어야 하는 동물들이라는 문제 의식은 분명 지금 한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동물-인간 관계 또는 동물관을 보여준다. 그중 특히 고양이라는 동물이 갖게 된 새로운 사회적 지위는 그 관계의 변화무쌍함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많은 이들은 지금의 길고양이들이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이 가리키듯이 이들은 도시의 뒷골목에서 갑자기 나타나 행인들을 놀라게 하거나 동네의 음식 쓰레기를 훼손하는 반갑지 않은 존재였다. 1990년대에 ‘도둑고양이’들은 종종 끔찍한 도시괴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지금과 같이 가능하면 ‘살려야 할 존재’로 전혀 인식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신촌골 다람쥐를 살리자”라는 제목의 1992년 11월30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교직원들이 다람쥐들을 살리기 위해 그 천적인 고양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박멸 작전을 시행했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길고양이들이 ‘살려야 할 존재’는커녕 아무런 문제 없이 ‘죽여도 되는 존재’로 간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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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고양이들의 현실은 2000년대에 들어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이름은 서서히 ‘도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바뀌어 갔으며, 이제는 길고양이라는 말이 훨씬 더 자주 들린다. 동시에 길고양이에 대한 돌봄과 보살핌을 요구하는 사회문화적 담론이 활발해졌다. 길고양이 관련 만화, 웹툰, 블로그, 동화, 사진책, 캐릭터 산업에서 TV 속 동물 프로그램과 동물보호단체들의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길고양이는 점점 더 ‘싫은 존재’가 아닌 ‘귀여운 존재,’ 혐오와 퇴치의 대상이 아닌 돌봄과 구조의 대상으로 재정의되어 왔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회적 시선 속에서 길고양이는 도시 공간의 정당한 구성원이자 삶의 주체로서 재가시화된다. 행정적인 차원에서 도시 주변 공간을 돌보는 일은 이제 길고양이에 대한 돌봄을 포함하기 시작했으며, 이 맥락에서 지자체의 역할과 개입이 더 활발해져 왔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의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들 수 있다. 이 사업들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도시 공간의 위생과 안전, 주민들의 쾌적한 삶을 돕는 일임을 강조한다.

·경합하는 돌봄 담론들

길고양이가 새로운 도시 문제로 대두되면서 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들과 캣맘들의 활동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미디어에서 종종 회자되어 왔다. 몇 해 전 인천에서 캣맘들의 활동에 불만을 품어 왔던 한 남성이 캣맘을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다는 이야기, 용인의 어느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던 캣맘에게 누군가가 벽돌을 던졌다는 이야기 등은 극단적 갈등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만큼 가시화되지 않은 것이 길고양이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의 현실일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시는 몇몇 동물단체들과 다음 카카오의 기술적 협조를 받아 ‘길냥이를 부탁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자 했으나 캣맘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이때 불거진 것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방식을 둘러싼 상이한 입장들 간의 불화였다. 서울시와 단체들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길고양이 돌봄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시 전체 길고양이 인구에 대한 돌봄을 합리화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를 반대하는 캣맘들에게는 온라인 공간을 통한 돌봄 가시성의 증대가 개별 길고양이들에게 미칠 해악이 우려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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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모두 떠나 텅 빈 아파트를 이리저리 배회하는 150여마리…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 이주되거나 구조되지 않으면 생존 불확실

길냥이를 돌보는 캣맘들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미디어에 종종 나와

재개발 바람 속 소외되는 동물들…‘동물복지’의 새로운 담론 필요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이와 같은 마찰은 종종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가를 서로 재단하는 상황으로 흐르기도 하는데,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돌봄이라는 것은 단순한 행위에 그치지 않고 돌봄의 목적, 대상, 주체, 더 나아가 돌봄의 대상과 주체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라는 질문들을 포함하는 실천과 담론의 복합체를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이한 돌봄 담론들 속에서 동물들은 실제적으로 매우 다른 방식의 처우에 놓이기도 한다.

지리학자인 스리니바산은 영국과 인도의 동물 관리에 관한 비교 연구를 수행하면서 두 나라에서 동물들, 특히 주인 없는 ‘길개’들이 처한 상이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국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동물보호 운동과 동물복지가 발달한 나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인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은 매우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다. 즉 특정 개인 또는 집단에 의해 소유되지 않은 개들은 동물복지 시스템하에서 자동적으로 유기동물로 정의되고, 주인을 못 찾거나 재입양되지 않는 경우 안락사 처리된다. 반면, 영국만큼 복잡한 동물관리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인도에서 길개들은 인간과의 소유관계 안에서 반드시 정의될 필요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동물 복지적 개입들로부터 ‘자유롭게’ 존재한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동물을 어떻게 정의하고, 동물에 대한 돌봄이 무엇이냐에 따라 동물이 처한 현실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동물복지적 돌봄의 대상으로 존재하지만 바로 그 맥락 안에서 안락사되기도 하는 영국의 길개들과 반드시 돌봄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그 때문에 안락사되지 않아도 되는 인도의 길개들이 처한 현실 중 무엇이 더 나은지 비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을 돌보는가

여기서 우리는 동물에 대한 돌봄을 넘어 시야를 조금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둔촌주공 아파트에 남겨진 길고양이들을 돌보기 위해 사람들을 모이게 한 더 큰 맥락은 바로 이 시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재개발·재건축’이다. 둔촌주공과 같은 대단지 아파트는 현대 한국의 경제성장과 도시화, 중산층의 형성과 그들의 계급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공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리학자 줄레조는 <아파트 공화국>에서 서구와는 구분되는 한국의 근대성과 사회 구성, 계급 형성과 자본 축적 방식을 어떻게 이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수많은 아파트들은 이미 재건축되고 있거나 재건축될 예정이며, 아직 남아 있는 비아파트 주거지들과 백사마을과 같은 ‘마지막 달동네’들은 계속해서 재개발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재개발·재건축 열풍은 물론 한국을 넘어 글로벌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 그 자체를 보여준다.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하비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도시화가 잉여생산, 잉여자본 그리고 잉여노동에 대한 해결책과 과잉축적의 수단이 되어 왔으며, 그 속에서 공유재의 사유화 및 탈취, 다수 민중의 소외가 심화되어 왔음을 지적한다(<반란의 도시>, 2014).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재개발 지역에 남은 길고양이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의 것도 아닌 길고양이들, 사람 주민들이 떠나버린 공간을 여전히 활보하고 있는 이들은 무엇을 상징하고 또 상기시키는가?

물론 나는 이 길고양이들을 ‘버려지고 남겨진’ 존재로 명명함으로써 이들을 다시 연민의 대상으로 재현하고 이 상황을 낭만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보다 나는 길고양이들이 누군가 이사 가다 버리고 간 살림살이들, 더 이상 손질되지 않아 무성하게 자라버린 풀들 사이를 여전히 누비고 다니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공간을 다시 찾게 하며,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조직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곧 ‘무’가 되어버릴 이 공간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들을 만들게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공동의 것이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게 만드는 바로 그 상황에 주목하고 싶다. 재개발 구역을 다시 찾는 사람들은 무엇을 돌보고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필자 전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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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채플힐) 인류학과에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주와 다문화에 대해 담론화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신)자유주의 통치성, 반다문화와 우익 포퓰리즘, 동물과 생정치에 관한 논문들을 써왔으며,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인류학적 믿음 하나로 다양한 연구 주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조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병행 중이며, 전주와 파주를 오가며 세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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