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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김해공항 BMW 운전자는 '항공사 안전책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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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운전자, 에어부산 안전보안실 직원
“항공사 안전 책임자가 안전 안 지키다니”
피해 택시운전자, 의식불명 빠져
에어부산 “경찰 조사 후, 징계 여부 검토”

김해공항 출국장 게이트 앞에서 ‘광란의 질주’ 끝에 택시운전사 치어 의식불명에 빠뜨린 ‘BMW 운전자’ A(34)씨가 항공사 안전책임자였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날 항공사 관계자는 “A씨는 에어부산 소속 ‘안전보안실’ 직원”이라면서 “안전책임자가 왜 그런 과속운전을 저질렀는지 (우리로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부산경찰청은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진입로에서 BMW 승용차를 과속으로 운행하다가 도로변에 정차 중인 택시기사를 치어 중태에 빠뜨린 운전자 A씨가 항공사 사무직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A씨가 타고 있던 BMW 사고차량 3시리즈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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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항공기 보안실은 비행기 테러방지를 비롯해 안전교육, 안전전략, 안전품질평가, 안전조사, 항공기보안, 사이버보안(해킹) 등 안전에 관련한 모든 업무를 책임지는 부서다. 에어부산은 부산지역을 연고지로 한 회사로 아시아나항공 등이 출자해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LCC)다.

부산지방경찰청과 에어부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2시 50분쯤 A씨는 자신의 BMW차량에 에어부산 승무원 B(37)씨, 공항협력사 직원 C(40)씨를 태우고 빠른 속도로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2층 출국장 앞으로 질주했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당시 사고영상을 보면 ‘역시 좋네”라는 감탄사, “어, 어, 코너 조심, 스톱, 스톱”이라며 A씨를 만류하는 동승자들의 음성이 들린다.

이들은 당시 공항 근처에서 함께 식사한 뒤 A씨의 차량에 올라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승무원 교육이 10분 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라 과속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제선 청사 진입로 갓길에는 택시기사 김모(48)씨가 손님의 짐을 내려주고 있었다. 가속을 제어하지 못한 BMW는 그대로 김씨를 치어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BMW 전면 유리창에 축구공 크기만한 구멍이 뚫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출국장 진입도로는 짐을 싣고 온 승객을 대기하기 때문에 항상 차들이 정차해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안전 운행 속도가 40㎞ 이하로 제한된다. 한국공항공사는 진입 속도를 줄이기 위해 이 곳에 차선 간 안전봉을 설치하기도 했다.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사고 직전 BMW 차량의 속도가 최대 130~150km에 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랙박스 영상과 지도상 이동거리를 대조, 당시 BMW 속력을 추정한 것이다. A씨의 BMW는 사고 직전 약 6초 간 220여m를 질주했는데, 이를 평균속도로 계산할 경우 대략 시속 130km가 나온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관계자는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질주해 큰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며 “지리를 잘 알기에 피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있었던 건지, 차를 자랑하고 싶었던 건지 몰라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에어부산은 경찰조사가 끝나는 대로 항공보안실 직원 A씨에 대한 징계를 검토할 방침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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