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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아산병원 '1%의 기적'...국내서 302g 초미숙아 169일 만에 극적 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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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302g의 가장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초미숙아가 생존확률 1% 미만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엄마의 뱃속에서 자란지 6개월 만에 302g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이하 초미숙아)로 태어난 이사랑 여자 아기가 169일 간의 신생아 집중 치료를 마치고 12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 아이가 생명의 기적을 만들어 낼 확률은 단 1% 미만이었다. 하지만 의료진의 집중 치료 끝에 사랑이는 12일 몸무게 3kg,키 42cm로 성장해 건강하게 아빠,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랑이 엄마 이인선(42)씨는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으나, 임신중독증이 생겨 24주 5일 만인 지난 1월 25일 원혜성 산부인과 교수의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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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3개월째 사랑이가 점차 안정을 찾고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진 모습./서울아산병원 제공



302g의 사랑이는 폐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고, 기관지 내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는 등 생존 활동이 어려웠다. 몸속에 머금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져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진들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주치의 정의석 교수를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은 그 동안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쌓아 온 미숙아 치료의 경험과 노하우로 생존 확률이 1%도 채 되지 않는 사랑이의 생존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다. 아빠는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와 사랑이를 응원했다.

사랑이는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심장수술, 장수술 등 단 한 번의 수술도 받지 않고 모든 장기가 정상으로 성장해 500g 미만으로 태어나 치료받고 있는 초미숙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무사히 건강을 회복한 사랑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가운데 가장 작은 아기로, 전 세계에서 26번째로 가장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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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 의료진과 사랑이 부모가 사랑이의 무사 퇴원을 기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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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손바닥 한 뼘도 되지 않는 사랑이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작은 아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그저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위기상황 때마다 사랑이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300g 정도 체중의 초미숙아가 단 한 차례의 수술을 받지 않고도 모든 장기가 정상이고, 미숙아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뇌실 내 출혈 또한 없이 온전한 생존을 이루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밝혔다.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과장은 "최근 국내 출산율은 급감하는 반면, 산모의 고령화, 난임으로 인한 인공임신의 증가 등으로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랑이를 통해 국내 초미숙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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