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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안전장비를 어쩌나" 김선현 경감 순직 후 경찰 덮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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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중에 판매되는 방검 조끼와 삼단봉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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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목보호대 등 보호장비 추가도입 검토
11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경북 구미경찰서 소속 일선 경찰관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안전장비에 대한 글이었다. 이날은 경북 영양에서 순직한 고(故) 김선현(51) 경감의 영결식 이튿날이었다.

A씨는 “현재 방검조끼가 보급되고는 있지만 순찰차 트렁크에서 꺼내 착용하기 불편하고 부피도 커 사용하기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검목토시가 경찰희망품목(구매가능품목)에 추가돼 보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경찰관들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경위 B씨는 “보급용 방검조끼가 1인당 하나씩 지급되는 것도 아니라서 항상 착용하고 근무하지 않는다. 이번에 김선현 경감이 목 부분에 상처를 입어 순직했는데 목 보호장구는 따로 받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에서도 이같은 요구 때문에 보호장비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실 관계자는 “2016년 새로 보급한 방검조끼는 2.9㎏로 기존(10㎏)에 비해 많이 경량화했지만 목 보호장비 등 요구가 많아서 추가로 검토를 하고 있다. 관련 업체와 개발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 경찰관들이 가볍고 편하다는 이유로 사제품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의 요구사항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제 보호장구를 구매해 송곳으로 찌르는 등의 실험도 다 해봤다. 방어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총은 던지는 것" 현실 두고도 진단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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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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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봉이나 테이저건 등 위해성 장비 사용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총 한 번 잘못 쏘면 패가망신한다”, “총은 쏘는 게 아니다. 던지는 거다”, “총=감사실” 등의 우스갯소리가 경찰들 사이에서 도는 현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형법상 정당방위ㆍ긴급피난),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항거ㆍ도주할 때, 영장집행에 항거ㆍ도주할 때, 무기ㆍ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을 때 등에 무기를 쓸 수 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30년 경력의 한 경찰관은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위축돼서 테이저건도 일부러 쓰지 않는 경찰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는 C경장은 “절차에 맞게 사용했다고 해도 그런 상황이었다는 걸 설명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민·형사 소송 책임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규칙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규정 자체는 무기 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지침인데 그걸 없앨 수는 없다. 문제가 되면 현장직원부터 지휘관까지 입증책임을 묻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게 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문제 아니겠나”고 말했다.

한영익·이태윤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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