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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나토에 분열 몰고온 트럼프…“방위분담금 더내라” 거듭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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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정상회의 첫날 ‘브뤼셀선언’ 채택…공정한 방위비분담 등 다짐

트럼프-EU, 정면충돌…'나토 무용론' 카드로 국방비 압박

“국방비 GDP 2% 즉각 시행해야”…GDP 4% 비공식 제안도

트럼프 “獨, 러시아의 인질…돈 퍼주면 나토 소용 없어”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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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방위분담금을 더 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강하게 압박했다. 나토 ‘무용론’ 카드도 다시 꺼내들었다. 특히 독일을 겨냥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나토가 러시아 군사 위협 등 북미와 유럽 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해 설립됐다는 점을 강조, 러시아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 독일이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29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11~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군사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력·억지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20개 나토 파트너국 정상과 대표, 유엔·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 대표 등도 참석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첫 날 회의에서 ‘브뤼셀 정상회의 선언’을 채택, 회원국들은 당초 약속했던대로 오는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로 늘리기로 합의하고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다짐했다. 하지만 무역·외교 갈등 속에서 안보 문제 만큼은 강력한 동맹을 과시하길 원했던 기대와는 달리 미국과 독일의 대립이 부각되면서 안보갈등만 노출했다는 평이다. 이를 우려한 듯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가 합의를 못 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맹을 전진시키고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여러 결정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EU 정면충돌…“국방비 GDP 2% 증액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첫날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면서 “나토 회원국들은 유럽과 북미 지역에 대한 방위비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트위터에서도 “내가 작년에 나토에 방문해 요구한 이후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로) 수십억달러를 더 지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면서 “미국이 너무 많이 돈을 쓰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부터 나토 회원국들은 기존에 약속한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의 방위비를 내야 한다며 꾸준히 증액을 요구해 왔다.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안보 능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으나 이날 회의에서 GDP의 4%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당초 목표치의 2배로 가장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미국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 현재 회원국들 중 GDP 대비 2% 넘게 국방비를 쓰고 있는 곳은 미국(3.5%)를 제외하곤 그리스, 영국, 에스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뿐이다. 프랑스(1.8%), 독일(1.2%), 이탈리아(1.1%) 등은 2%에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왜 29개 회원국 가운데 5개국만 이 합의를 충족하느냐”고 반문하며 “미국은 유럽 보호를 위해 국방비를 지불하고도 무역에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GDP 2%의 국방비 지출을 오는 2025년이 아니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의 참석 전인 전날에도 트위터에 “나토의 많은 나라들이 (GDP 대비) 2%를 지출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수년 간의 미지급 비용이 연체 상태다. 그들이 미국에 변제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심지어 EU와의 무역분쟁까지 거론하며 “EU가 우리 농부와 노동자, 기업이 유럽에서 사업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그들을 나토를 통해 지켜주길 원한다.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GDP 대비 2% 지출’은 실제로는 각 회원국별로 국방비를 그만큼 끌어올리겠다는 합의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각 회원국별 국방비 지출일 뿐 나토에 직접 비용을 대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갚아야 하는 채무도 아니다. 아울러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 지출에 미국과 우선 순위를 달리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는 군대가 아예 없다. 또 GDP의 1.2%를 부담한 독일은 국방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부정적이다. 이외에도 일부 회원국들은 예산 적자가 확대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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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獨, 러시아 인질”…‘나토 무용론’ 카드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타깃으로 삼았다. 독일이 국방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의 안보 능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 또 독일이 탈원전 정책 일환으로 추진 중인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의 만남에서 “러시아와 가스관 협상을 하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는 독일은 사실상 러시아의 인질에 가깝다. 독일은 총체적으로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독일을 보호하려고 하는데, 그들(독일)은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를 마친 뒤 트위터에서도 “독일이 가스와 에너지를 들여오기 위해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한다면 나토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러시아 파이프라인에 지급하는 달러는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나토의 존재 가치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반발했다. 옛 동독 출신인 그는 “나는 소련의 통제를 받았던 동독에서 직접 경험했다. 오늘날 통일 독일에서 자유를 누려 매우 행복하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24년까지 독일은 2014년 국방비보다 80% 이상 더 지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한 웨일스 나토정상회의 결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독일이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가스관 사업은 국가의 결정이지 군사동맹이 논의할 일은 아니다”라며 거들었다. 그러면서 “다소 거칠게 말했지만 짐을 나눠 져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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